부동산 임대 및 투자, 골프연습장 운영, 상장기업 인수까지…. 재향군인회 등 주요 민간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수익사업이다. 재향군인회는 회원의 복지 증진이 수익사업의 목적이라고 하고, 다른 단체들은 줄어든 정부 지원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국가 발전과 공익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돼 한때 ‘관변단체’로까지 불렸지만 사실상 이제는 사기업에 가까워졌다는 평이 나온다.
○ 곳곳에서 ‘돈벌이’, 저금리에 ‘발목’
각종 사업으로 가장 큰 매출을 거두고 있는 단체는 역시 재향군인회다. 재향군인회가 운영하고 있는 10여 개 영리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4000억 원이 넘는다. 대표적인 것이 중앙고속이다. 1971년 고속버스 사업을 시작으로 관광과 정비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매출은 약 1250억 원에 이르고 36억3600만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향군상조회도 지난해 154억2500만 원의 매출에 13억2600만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 등을 직접 운영하는 재향군인회 직영사업본부 역시 지난해 2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철도객차 청소용역업체 향우산업, 군 불용품 처리업체 향우실업 등도 각각 150억 원과 22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정부 지원금 등이 줄어들면서 자체 수익 확보에 나서고 있는 국민운동 3단체 중에서는 자유총연맹이 가장 눈에 띈다. 100만 명 규모의 회원을 보유한 자유총연맹은 중앙조직과 지방조직이 매년 100억 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자유총연맹의 경우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부 빌딩과 주변 부동산이 주요 자산이자 수입원이다. 빌딩에서 예식장과 물류센터, 식당 등을 임대하면서 연간 17억 원가량을 벌어들이고 주차료 수입으로 3억 원을 벌고 있다. 펀드 형식으로 KT목동사옥에 투자해 매년 15억 원가량을 벌어들이기도 한다.
특히 자유총연맹은 2003년 한국전력에서 전기검침업체인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했다. 현재 31%의 지분을 보유해 매년 20억 원 내외의 배당수익을 거두고 있다.
200만 명이 넘는 회원 수를 자랑하는 새마을운동중앙회는 840억 원가량의 기금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대치동) 소재 지하 6층, 지상 10층 규모의 빌딩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기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과 부동산 임대 수익이 주요 수입원인 것이다. 하지만 매년 200억 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최근 낮아진 금리 때문에 재정난을 겪고 있다. 기금 이자 수익이 과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예산 부족에 시달리면서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지난해 60억 원, 올해 35억 원을 기금에서 빌려와 예산을 편성했다. 원금을 까먹으면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측은 경기 성남시 소재 새마을중앙연수원 안에 위치한 골프연습장 운영 수익 등을 바탕으로 운영을 정상화하고 기금 역시 상환할 계획이지만 수익 규모는 연간 20억 원가량으로 아직 크지 않다.
반면 회원이 70만 명에 이르는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는 별다른 수익사업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투자나 사업을 시작할 만한 자산을 따로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8억8000여만 원의 예산은 임원과 회원의 회비, 기탁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4억 원가량은 올해 중앙협의회장으로 취임한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내놓은 돈이다.
○ 지방자치단체가 아직도 ‘곳간’
국민운동 3단체는 주 수입원이 조금씩 다르지만 지방자치단체 지원 상황은 비슷하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지역별 조직에 지원하는 사업비 등은 여전히 수백억 원에 이른다. 각 단체와 지자체가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들은 올해 새마을운동중앙회에 310억여 원,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에 107억여 원, 자유총연맹에 83억여 원을 사업비와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했다. 중앙정부가 중앙조직에 내려보내는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 3개 단체의 지방조직에는 여전히 500억 원 이상의 혈세가 지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일정 부분 사업권을 보장받거나 각종 혜택을 받고 있는 일부 단체에서 운영 비리가 끊임없이 불거지거나 상식 이하의 투자와 운영으로 큰 경제적 손실을 입는 일이 이어지는 점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유총연맹의 경우 8∼10대 회장을 지낸 권정달 전 회장이 각종 투자 실패로 비난을 받고 2008년에는 특가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2013년 안전행정부 감사에서는 자유총연맹 간부들이 연맹의 예수금 계좌를 개인금고처럼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새마을운동중앙회의 골프연습장 사업 역시 인수 과정에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맹지를 사서 봉안당을 만들겠다는 식의 비전문적인 사업 운영이 이뤄지고 한전산업개발에 연맹의 명절 선물용 비용까지 부담하게 하는 잘못된 관행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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