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56km로 달리던 승용차가 그대로 콘크리트 벽을 들이받았다. 앞좌석에 앉았던 부모는 에어백이 터져 별로 다치지 않았다. 조수석 뒤에 앉은 딸은 카시트 덕분에 큰 부상을 피했다. 그러나 안전벨트도 매지 않고 카시트도 없던 여섯 살 아들은 차량 내부 곳곳에 머리와 가슴을 수차례 부딪힌 뒤 의식을 잃었다.
22일 경기 화성시 송산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진행된 카시트 미착용 차량 충돌 실험의 한 장면이다. 카시트를 착용하지 않은 어린이 인체 모형은 무릎과 얼굴이 운전석 뒷면에 부딪혔다. 다시 튕겨 나와선 뒷좌석에 머리를 부딪혔다. 이 정도 충격을 받으면 키 1m 남짓의 여섯 살 어린이가 머리에 충격을 받고 ‘6시간 이상의 의식불명’에 빠질 확률이 98.1%에 이른다. 그러나 카시트를 착용하면 이럴 확률이 5%로 떨어진다. 교통안전공단 김대업 선임연구원은 “이 정도 충격이면 머리뿐 아니라 가슴 상해까지 겹쳐 사망할 확률이 99%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 실험 결과에 따르면 카시트를 사용할 경우 2세 미만 영아는 71%, 3∼6세 유아는 54%의 사망률 감소 효과가 있다. 하지만 국내 카시트 착용률은 오히려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2년 39.4%로 가장 높이 올라간 뒤 갈수록 하락해 지난해 30%까지 떨어졌다. 카시트 사용 문화가 정착된 독일(96%), 영국(95%) 등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수준이다.
추석과 설처럼 명절 연휴에는 장거리를 운전해야 하고 통행량도 많아 카시트 사용이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오히려 평소보다 카시트 사용에 애를 먹는다. 울고 보채는 아이를 오랜 시간 카시트에 ‘붙잡아 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선 좌우 뒷좌석을 오가며 장난을 치거나 부모가 품에 안고 재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부모가 아이를 안고 타는 것 역시 절대 피해야 할 습관 중 하나다. 사고가 났을 때 아이는 부모의 ‘에어백’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성인 몸무게의 7배에 해당하는 충격이 아이에게 전해진다. 교통안전공단은 3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정 중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 계층에 무상으로 카시트를 지원하고 있다.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도 놓치기 쉽다. 지난해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은 21.8%에 그쳤다. 최근 5년간 고속도로 안전벨트 미착용 사망자 517명 가운데 뒷좌석 탑승자는 120명(23.2%)이다. 72명(13.9%)이 숨진 조수석 탑승자보다 많았다. 한국도로공사 김동국 교통사고분석차장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뒷좌석 탑승자가 앞좌석을 가격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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