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관 특별채용은 ‘청탁 창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감사원의 47개 기관 운영감사 보고서 살펴보니… 14곳서 채용비리 의혹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인맥 채용’ ‘들러리 채용’이 감사원 감사에서도 확인됐다. 올해 1∼7월 감사원이 실시한 47개 기관의 기관운영감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0%에 해당하는 14개 기관의 직원 채용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부터 1개 기관을 상시적으로 감사하는 기관운영감사를 강화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관운영감사를 통해 인사·조직·재무 전반을 들여다보니 채용 비리가 다수 적발됐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 대상은 정부기관을 다 망라한 것은 아니다. 올해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47개 기관은 중앙부처(1년에 1회), 광역지방자치단체(2년에 1회), 공공기관(316곳을 순서대로) 등 순서에 따라 감사가 진행된 것이다.

공공기관의 인사운영 지침에 따르면 특수 분야나 전문 직종 등에 한해서만 제한경쟁시험을 치르는 특별 채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수만 시험을 치르고 채용 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특별 채용이 청탁 창구로 변질되고 있었다.

부산항만공사는 2012년 계약직 3명을 특별 채용했다. 사내외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은 인사팀장이 당시 사장으로부터 구두로 승낙을 받은 뒤 별도의 공고 절차 없이 계약직 7급 3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1년 뒤 각각 정규직 또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특혜를 받았다. 아예 인턴 자리를 만들어 채용한 사례도 있었다. 재단법인 원주문화재단은 2013년 인턴사원 B 씨를 채용하기로 계획을 세운 뒤 별도의 전형 절차 없이 채용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12∼2014년 직원끼리 알음알음 인맥을 통해 입사 신청을 받은 뒤 면접만으로 특별 채용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채용된 직원이 무려 504명(정규직 25명, 계약직 479명)이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2012년 1∼8월 자격 기준에 미달하는 선임연구원·선임행정원 4명을 특별 채용했다. 또 위촉선임행정연구원인 A 씨를 1년 만인 2013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국회의원 사무소, 정당 등 근무 기간까지 경력으로 포함시켜 ‘급’을 높여 임용했다. A 씨가 일한 곳은 기초과학연구원이 있는 대전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 사무소로 알려졌다.

지원자를 들러리로 세운 경우도 있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이미 내정자를 정해 두고도 국가보훈대상자 및 장애인 1명을 별도 채용하는 것처럼 공개채용 공고를 냈다. 여기에는 모두 65명이 지원했으나 내정자 S 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합격 처리됐다. 진흥원은 S 씨를 보훈특별 고용 대상으로 추천받고도 채용을 미루다가 마치 소외계층을 채용하는 것처럼 ‘사기 공고’를 낸 셈이다.

취업준비생이 지원한 입사 서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업무 태만이나 부주의한 사례도 많았다. 경찰청은 2012년 9월 교통 분야 전공자 특별채용 실기시험을 실시했다. 실기시험 심사위원을 배정할 때 응시자와 심사위원의 출신학교를 다르게 배치해야 하지만 이런 검토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응시자 5명이 소속 대학, 소속 학과 교수 앞에서 실기시험을 치렀다. 체력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1명만 빼고 4명이 합격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공공기관#특별채용#청탁창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