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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주제는 ‘허례허식’]<184>라이딩족 지나친 ‘장비 경쟁’
직장인 김모 씨(29)가 올 초 산 자전거는 100만 원이 넘는다. 이미 집에 자전거가 한 대 있었지만 왠지 타기가 꺼려졌다. 하지만 얼마 안 있다 싫증이 나 자전거를 베란다에 처박아 놨다. 그는 “사람들 보는 눈도 있고 해서 비싼 자전거를 샀는데 막상 사니까 안 타게 됐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면서 김 씨처럼 남의 눈치를 보며 ‘장비 경쟁’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프로급 동호인이 아니어도 일단은 비싼 것부터 사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뒷동산 가는데 히말라야 등반 차림으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 씨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타다 보니 남 시선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동호회에 들어가면 체면치레 비용은 더 늘어난다. 아반떼 승용차보다 비싼 자전거를 구입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김 씨의 이야기를 들은 직장인 김모 씨(42)는 “100만∼200만 원은 애교”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가 구입한 로드 사이클 기종의 자전거는 1000여만 원에 달한다. 김 씨는 사이클링이 유일한 취미인 데다 선수급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초고가 자전거에 투자를 했지만, 갓 입문한 사람들조차 무조건 비싼 제품부터 사거나 장비를 뽐내는 데 집착하는 건 문제라는 말이 많다.
실제로 투르 드 프랑스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이 탄 자전거는 금세 팔려나가 구입조차 쉽지 않다. 이처럼 너도 나도 비싼 자전거를 구입하다 보니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일까지 생겼다. 고가 자전거를 수리하는 업체는 몇 개 안 되는데 고가 자전거는 많이 풀려 수리업체들이 비싼 수리비를 받고 몇 대만 한정해 수리하는 것이다.
자전거 입문자들이 수백만 원짜리 제품부터 사고 보는 것처럼 어린 학생들도 폼만 생각하느라 안전을 도외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중고교생 사이에선 유럽의 일부 마니아층이 쓰는 ‘픽시(fixie) 자전거’가 유행이다. 픽시는 브레이크가 없는 기어 고정(fixed-gear) 자전거로 구조가 간단해 외관이 멋있고, 뒷바퀴를 미끄러지게 해 멈추는 스키딩(skidding) 기술이 시선을 끈다.
하지만 위험하기 그지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자전거 동호인은 “사고의 위험성이 굉장히 높다. 나도 부딪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기술이 있는지조차 모르면서 남이 사니까, 혹은 멋있으니까 따라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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