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가로채려한다” 이웃 진정서… 檢, 성년후견인 지정 법원에 청구
제도 도입이후 노인 대상은 처음
서울 동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수년 전부터 건물주 이모 씨(84)와 그의 아들(55)의 끼니를 챙겨왔다. 이 씨 부자는 각각 중증 치매와 정신지체 장애 탓에 거동이 불편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이 씨 부자가 보이지 않더니, 5월에는 이 씨의 딸(52)이 이 씨를 대신해 건물을 팔았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평소 이 씨와 가깝게 지내온 A 씨와 지역 주민들은 6월 검찰에 “이 씨의 딸이 이 씨의 재산을 빼돌리는 것 같다”는 진정서를 냈다.
진정서를 접수한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부장 고경순)는 조사에 나섰다. 금융거래 명세와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이 씨의 딸은 1월 이 씨 부자를 요양원에 입원시킨 뒤 이 씨가 소유한 빌딩 2채를 전부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자금 등 30억 원이 들어 있는 이 씨의 통장은 딸과 그의 내연남이 관리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 씨의 딸이 판단 능력이 불완전한 아버지의 재산을 독차지하려 한다고 판단하고 최근 서울가정법원에 “선량한 제3자를 이 씨의 후견인으로 지정해 달라”고 청구했다. 후견인은 장애인과 노인 등의 재산과 사회복지 수혜 등을 대신 처리해주는 사람으로, 2013년 7월 성년후견제도 도입 이후 검찰이 노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후견인 지정이 법적 절차 때문에 지연될 것을 우려해 우선 한 법률가를 이 씨의 임시 후견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법원에 청구한 상태다. 임시 후견인이 지정되면 이 씨의 딸은 아버지의 재산을 임의대로 처분할 수 없게 되고, 이미 처분한 재산도 경우에 따라 돌려줘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노인과 장애인의 재산을 노리는 범죄를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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