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체부, H사 우수기관 선정…예산 지원도 검토
● H사 회장, 2012년 5월부터 장애인단체 상임이사
● 김종덕 장관 “문제 발견되면 곧바로 수사 의뢰”
‘신동아’가 6월호와 8월호에 연속 보도한 ‘기부 사칭’ 텔레마케팅 업체 H사가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논란 거리로 떠올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9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김종덕 장관을 상대로 H사가 ‘문화예술후원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이 의원은 신동아가 보도한 내용을 토대로 문체부로부터 추가 자료를 입수해 H사의 문제점을 집중 분석했다. H사는 문체부가 지난 3월 26일 선정한 10개 문화예술후원우수기관 중 하나다. “문화예술 후원을 모범적으로 행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체부는 이들 우수기관에 문화예술 후원자 포상과 함께 예산 지원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H사는 과연 문화예술후원우수기관으로 지정받을 자격이 있을까. 텔레마케팅 업체 H사는 그동안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해 후원 모금을 한다면서 교육 콘텐츠를 판매해왔다. 이 과정에 기부금 영수증까지 발급했다. 문제는 H사가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는 ‘기부금대상민간단체’나 ‘지정기부금단체’가 아니라는 점. 불법으로 기부금 모집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주는 곳은 H사와 손잡은 한 장애인단체였다. 이 장애인단체가 국세청에 신고한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수입은 모두 99억9000만 원. 이 가운데 H사로부터 현물 후원(교육나눔복지카드) 방식으로 받은 기부금이 96억6000만 원으로 전체 수입의 98%를 차지했다. 연간 10억 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할 경우 행자부에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장애인단체 역시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기부금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종훈 의원실에서 추가로 밝혀낸 놀라운 사실은 H사가 후원 모금을 빙자해 판매한 교육 콘텐츠의 ‘가치’다. H사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교육 콘텐츠 수강료를 연간 110만 원으로 책정해 판매해왔다. 연간 110만 원의 콘텐츠를 저소득층이나 장애아동 한 명에게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일반인 10명으로부터 매월 1만 원씩 11개월을 후원받는 방식이다.
실제 교육 콘텐츠(전체 강의) 가치는 월 200만 원. 제작업체로부터 콘텐츠를 빌려 사용하는 대가다. 결국 H사는 연간 2400만 원을 주고 빌린 교육 콘텐츠로 96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H사는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준 장애인단체에 현물 후원과 별도로 문화예술 후원 명목으로 일정액의 현금을 건넸다.
H사와 장애인단체의 관계도 단지 기부금 영수증을 주고받는 것 이상으로 긴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단체 안모 회장이 2012년 3월부터 현재까지 H사의 사내이사로 등록됐을 뿐 아니라 H사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박모 회장 역시 2012년 5월부터 장애인단체의 상임이사로 재임 하고 있다.
더욱이 신동아가 8월호에 보도했던 2010년 1만여 명으로부터 12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적발된 차량용 블랙박스 사기조직 S사 관계자의 상당수가 H사의 주요 임원으로 몸담은 사실도 국감장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문체부의 검증 절차가 얼마나 허술하면 범법자들이 만든 회사가 다른 기관들의 모범이 돼야 할 문화예술후원우수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서라도 없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행정조사를 진행하고 문제가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곧바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답변했다.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5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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