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사라지는 인천’ 앵글에 담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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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섭씨 서울서 ‘차이나타운 사진전’
1일부터 열흘간 ‘갤러리 브레송’서
차이나타운 거리-화교들 생활상 등 1980∼2000년대 모습 생생하게 표현

김보섭 씨가 1980년부터 찍은 차이나타운 다큐멘터리 사진. 김보섭 사진작가 제공
김보섭 씨가 1980년부터 찍은 차이나타운 다큐멘터리 사진. 김보섭 사진작가 제공
1∼10일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차이나타운 사진전’을 여는 김보섭 씨. 김보섭 사진작가 제공
1∼10일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차이나타운 사진전’을 여는 김보섭 씨. 김보섭 사진작가 제공
포토저널리즘을 창시한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은 ‘사진계의 톨스토이’로 불린다. 그의 이름을 딴 서울 중구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1일부터 열흘간 ‘차이나타운 사진전’이 열린다. 인천의 사라지는 모습을 꾸준히 앵글에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보섭 씨(60)는 1980∼2000년대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의 거리, 화교들의 생활상과 풍습, 물품 등을 수만 장의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의 사진들을 모은 눈빛출판사의 사진집 ‘차이나타운’ 출간 기념회를 겸해 전시회가 마련됐다.

눈빛출판사는 서울역 뒷골목의 모습을 담은 김기찬 작가의 ‘골목 안 풍경’, 20여 년 전 청량리 거리를 촬영했던 조문호 작가의 ‘청량리 588’ 등 다큐멘터리 사진작품 시리즈(사진과 선)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김 작가의 사진은 차이나타운의 과거와 현재를 담고 있다. 1883년 인천항 개항 직후 항구 인근 해변지대 2만여 m²에 일본인 거류 특별지구가 들어섰고, 청나라도 일본인 특별지구 바로 옆 구릉지를 따라 비슷한 규모의 ‘청국지계(淸國地界)’를 조성했다. 이들 지역은 국내 통치권이 미치지 않고 한국인이 거주할 수 없는 치외법권지대였다. 중앙동∼선린동 사이의 청국지계는 ‘청관(淸館)거리’로 불렸는데 화교들이 청나라 원세개 장군을 따라 들어온 중국 거상들의 점포를 중심으로 생활터전을 일구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작가는 1883년 동아일보사 주최 동아미술제 사진부문 대상을 받은 직후 차이나타운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사진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어릴 적부터 호기심 있게 지켜보던 차이나타운이 첫 관심대상이 됐어요. 1980년대만 해도 차이나타운 상권이 아주 초라해져 중국음식점은 ‘풍미’ 한 곳에 불과했지요. 그러나 화교들의 생활상은 생생하게 볼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그는 10년가량 차이나타운에 사는 화교의 일상을 집중적으로 찍었다. 이미 사라진 중화교회, 평범한 아낙네와 아이들, 창고 속 먼지에 쌓인 옛 생활가재와 물품을 촬영했다. 김 작가는 2010년 세상을 떠난 유연사 할아버지의 고향에 동행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1993년 화교 할아버지를 따라 간 중국 산둥 성 ‘복래’라는 곳에서 친척들을 만나고,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또 차이나타운 내에서 부친의 가업을 이어받아 한의원을 운영하던 강영재 한의사의 부탁으로 각종 생활도구를 촬영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한의원 문을 닫고 영화 ‘북경반점’의 세트장을 만들기 전 창고에 보관 중이던 뱀 뼈, 돌, 백반 등 대대로 전해오던 한약재를 찍어두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에 뿔뿔이 흩어져 살던 화교 2, 3세대의 삶을 촬영하기 위해 부산, 강원 태백 등지를 찾기도 했다.

“차이나타운엔 이제 중국 음식점이 많이 생겨났지만 화교들의 사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어요. 사라질 뻔한 그들의 기록을 사진으로 남겨놓은 것에 만족합니다.” 김 작가의 차이나타운 사진은 24일 중국 베이징의 사진축제에도 초청됐다. 그는 인천의 옛 모습을 ‘신포동 다복집’ ‘수복호 사람들’ ‘양키시장’ 등의 사진첩으로 남겨두고 있다. badastudio.com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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