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링허우, 도심 외곽에 숙소… 축산시장 찾아가 한우 식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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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유커’가 온다]<上>서울 골목 누비는 中 관광객

9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2가 네거리의 한 중식당.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 리모시(李沫夕·26·여) 씨와 쑤페이린(蘇佩琳·19·여) 씨는 자장면 한 그릇과 짬뽕 한 그릇을 주문한 뒤 연신 인증샷을 찍었다. 리 씨는 “한국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랩이 씌워진 자장면을 막 흔들어 비벼 보고 싶었다. 처음 먹어 보는 짬뽕이 보기와 달리 맵지도 않고 입에 잘 맞아 다행”이라며 즐거워했다.

○ 스마트폰으로 맛집 찾는 3세대 유커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는 리 씨와 홍콩에 거주하는 쑤 씨는 중국 여행사이트 ‘충유왕(窮游網)’ 게시판을 통해 처음 만난 ‘여행친구’다. 두 사람은 각자 일정에 맞춰 제주 부산 등을 따로 여행했고 23일부터 함께 서울을 둘러보고 있다. 가이드 깃발을 따라다니는 대신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이들 ‘3세대 유커’의 하루 일정을 따라가 봤다.

유커들이 자유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획일적인 단체관광에서 벗어나 관심사에 맞는 장소를 찾아 여유 있게 즐기기 위해서다. 남성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팬인 리 씨와 한국 패션에 관심이 많은 쑤 씨는 서로의 취향에 맞게 ‘나만의 서울 여행 코스’를 계획했다. ‘23일 한 방송인이 운영하는 홍익대 앞의 고깃집’ ‘24일 아이돌그룹 연예기획사가 모여 있는 청담동과 신사동 가로수길’ ‘25일 홍익대 클럽’ ‘27일 광장시장과 이화마을’ 등 리 씨의 스마트폰에 적힌 여행 일정에는 고궁이나 박물관 같은 곳이 아닌 서울에서 한창 뜨고 있는 핫플레이스가 빠짐없이 있었다.

기자와 함께한 28일에는 오전부터 북촌 한옥마을과 삼청동을 둘러본 뒤 청계천과 서울N타워를 찾았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손쉽게 길을 찾아갔다. 주요 관광지는 여전히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로 가득 찼지만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찾아낸 종로의 식당과 카페에는 한국 젊은이들이 주로 찾아 왔다. 리 씨는 이날 종로구 가회동의 한 인테리어가구 전문 매장에서 벽에 거는 옷걸이를 구입할 계획이었지만 추석 연휴로 문을 닫아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뮤지컬 감상. 좋아하는 아이돌이 주연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리 씨는 직접 인터넷을 통해 이날 치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 공연을 마친 뒤 둘은 숙소인 홍익대 앞 게스트하우스 인근의 치킨집에서 가볍게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쑤 씨는 “여행사가 정해 놓은 코스대로, 똑같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단체관광은 젊은층에 전혀 매력을 주지 못한다”며 “관광객이지만 현지인들이 놀고 즐기는 장소에서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 관광특수의 새로운 아이콘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트렌드가 단체관광에서 개별여행으로 옮겨가면서 한국을 찾는 유커들의 여행 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패키지형 관광에서 한국을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현지 밀착형 여행으로 유커들의 여행 행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개별여행객이 크게 늘면서 일부 관광지에 집중되던 ‘관광특수’가 서울의 여러 지역으로 분산되고 있다. 동아일보와 채널A 취재팀이 23일 찾은 지하철 장한평역 일대에서는 어렵지 않게 유커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일대 숙소들은 명동 동대문 등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지하철로 김포공항이나 동대문 광화문 등 주요 관광지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최근 유커들이 몰리고 있다.

이 덕분에 일대 마트까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장한평역 인근 H마트 관계자는 “1년 전부터 유커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올해는 작년에 비해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며 “유커들이 선호하는 상품들만 따로 모아 진열대를 만들고 유커들을 응대할 수 있도록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도 5명 채용했다”고 말했다. 이 마트는 SNS를 활용해 중국인들에게 상품 홍보를 하고 중국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 입구 옆 한 한우구이 전문점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유커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행책자 및 SNS를 통해 급속도로 알려지면서 좌석의 절반 이상을 중국 등 아시아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다. 유커 장메이웨이(張美薇·30·여) 씨는 “인터넷에서도 봤고, 이곳을 찾았던 친구의 소개로 오게 됐다”며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집에 꼭 가는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3세대 유커들은 주로 인터넷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다양한 여행 정보를 수집한다. 특히 중국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이나 한국 여행 정보 사이트 ‘한유왕(韓游網)’, ‘한차오왕(韓巢網)’ 등에는 한국을 다녀간 개별여행자들의 여행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한국관광공사는 중국인 유학생 기자단을 구성해 SNS에 한국 여행 관련 정보를 수시로 올리고 있다. 특히 공사가 운영하는 ‘한유왕’이나 중국의 ‘웨이보’ ‘위챗’ 등 SNS 계정을 통해서도 개별적으로 가보기 좋은 한국 여행정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개별여행객들의 방문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서울이나 제주 등 주요 관광 도시에 국한돼 있다. 문체부가 지난해 유커의 방문 지역을 조사한 결과 서울권(77.8%)과 제주권(34.2%)에 집중돼 있었다. 유커의 지방 방문이 부진한 이유로는 언어 문제, 대중교통 및 안전 인프라 부족 등을 꼽았다.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은 “중국인의 개별 방문이 지방으로 확대되도록 인프라를 늘리는 중이다. 더 좋은 관광코스나 테마여행을 발굴해 많은 중국인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유커 방문을 창출하고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단체관광객과 개별여행객 모두를 위한 맞춤형 관광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 수요는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언어 장벽이나 비자 문제로 단체관광을 선호하는 기성세대와 자유로운 여행 스타일을 선호하는 신세대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유커 대응 방안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곽정아 채널A 기자
#바링허우#유커#중국인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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