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 “학교 자율성 침해” 반발
“학생인권 침해 요소 보완 필요” 이유… 사실상 반강제적 새 규정 적용 우려
‘휴대전화 소지-사용 금지 안돼’ 명시…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 부추길 수도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을 통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일선 학교에 대한 자율성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제정한 학생생활규정을 대체할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생활규정(예시)’을 제작해 현재 마무리 검토 중이다. 이 규정이 완성되면 컨설팅단이 각 학교의 규정을 점검한 뒤, 이 규정 적용을 권고할 예정이다.
학생생활규정은 두발이나 복장, 교육상 필요한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사용 등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정해놓은 규정이다. 일선 학교에서 자체 실정에 맞게 만들어 온 학생생활규정을 시교육청이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학생인권 친화적이지 못한 일부 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을 시대에 맞게 개선하려는 취지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복 위에 외투를 입거나 담요를 두른 채 교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제한하고 있고, 심지어는 속옷 색깔까지 규정하는 경우도 있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교육청은 학생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흐름을 반영해 인권 침해적 요소를 가다듬을 계획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생활규정 개정은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에 따라 할 일이며 시교육청의 일률적 규정 제시는 학교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에도 학교 규칙은 법령의 범위 내에서 학교장이 제정·개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학교장의 재량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의 생활과 관련한 규정은 상당수 학교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 경우가 많은데, 시교육청이 지침처럼 내려보내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학교의 자율성과 교사들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새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규정을 참고용으로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컨설팅단이 기존의 규정을 검토한 뒤 새로운 규정에 부합하도록 개정을 권고하게 되는데, 현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강제적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규정에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안을 다시 마련해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함’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단순한 권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학생 인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정하다 보니 일부 현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규정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새 규정 초안에는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학교 교장은 “시교육청 차원의 일률적 규정 제시는 급별, 환경별, 지역별 차이를 무시한 일방적 지시여서 현장에서 적용할 때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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