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증 확인” “통화목록 확인” 007작전 같은 성매매, 경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16시 52분


30일 오후 4시 광주 광산경찰서 A 경장(32)은 성매매 업소 업주 B 씨(36)에게 전화를 걸었다. A 경장의 전화를 받은 B 씨가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냐”고 따지자 “아는 형님에게 번호를 받았다”고 얼버무렸다. A 경장은 B씨가 성매수 남성들의 휴대폰으로 보낸 문자를 확보해 그의 전화번호를 파악했다.

B 씨는 “성매매 예약을 하려면 명함을 찍어 휴대폰으로 보내라”고 했다. A 경장이 때마침 사무실을 찾은 영업사원의 명함을 찍어 전송하자 B 씨는 같은 날 오후 7시 광주 광산구 한 주택가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B 씨는 만나기 직전 또 다시 A 경장에게 전화를 걸어 “주민등록증을 찍어 휴대폰으로 전송하라”고 요구했다. A 경장은 “주민등록증을 사무실에 나두고 왔다”고 답했다. 잠시 뒤 B 씨는 약속장소로 나오자마자 A 경장에게 휴대폰을 건네줄 것을 요구했다. B 씨는 A 경장의 통화목록을 보며 경찰서 전화번호가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A 경장은 단속을 나가기 직전 이미 통화목록에서 경찰서 전화번호를 모두 지운 상태였다. A 경장은 B 씨를 따라 원룸으로 들어가 성매매 여성 2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성매매를 시작했다고 했다.

경찰은 1일 B 씨 등 3명을 성매매알선등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B 씨 등은 8월 말부터 성매수 남성들에게 시간 15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B 씨 등이 성매매 장소로 사용한 원룸은 고등학교에서 180m떨어진 학교 정화구역 내이었다.

주택가에 파고든 성매매가 회원제 운영, 신분증·휴대폰 확인 등 007작전처럼 이뤄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업주들은 모르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허공을 쫓는 기분이 들 정도로 단속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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