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3년 차 직장인 유모 씨(27)는 회의에 들어온 한 임원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꼈다. 유 씨가 앞에 나와 발표를 하는데 정작 그 임원은 스마트폰을 수시로 보며 집중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표를 위해 유 씨는 2∼3일간 꼬박 밤을 새우며 준비를 해야 했다. 그 임원은 유 씨의 발표가 끝나자 이미 말했던 내용을 다시 물어보기도 했다. 유 씨는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회의하는 짧은 시간 동안은 발표에 집중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마케팅팀 사원 김모 씨(26)도 회의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딴짓을 하는 동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 사업 관련 기획회의에서 동료들이 자기 할 말만 끝나면 휴대전화를 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일부는 급한 전화가 왔다면서 회의 도중 갑자기 나가 버리기도 했다. 회의에 집중을 하지 못하다 보니 회의 시간도 덩달아 길어졌다. 김 씨는 “이럴 거면 회의에 왜 들어왔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스마트폰이 일상화하면서 회의시간에 집중을 방해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회의, 휴대전화 속 콘텐츠 등 개인이 집중할 수 있는 선택권이 많아진 탓”이라며 “내가 아니어도 나보다 결정 권한이 더 큰 사람은 집중할 것이란 생각을 하면 회의에 집중할 동기를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회의에 집중하려면 휴대전화를 잠시 꺼두거나 아예 들고 오지 않는 예절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은 올해 1월부터 전 계열사를 상대로 휴대전화 사용 에티켓을 강조하는 사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회의실이나 엘리베이터 등지에 모바일 에티켓 가이드라인을 알려 사내 직원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회의 시작 전에 휴대전화 끄기, 휴대전화는 책상에 올려놓지 않기, 휴대전화 소리 최소화하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처음에는 급한 전화가 와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시행해 보니 오히려 회의 시간이 짧아져 캠페인에 대해 전 사원이 공감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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