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과의 회식, 사회적 네트워크를 위한 술자리, 야근 중 피할 수 없는 야식,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자극적인 음식들….
사회생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3040세대(30대와 40대)에게 ‘먹는 활동(식습관)’은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술, 고기, 국물 중심인 ‘한국형 식사 및 회식 문화’에서는 특히 그렇다.
식습관 개선과 비만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울ND의원의 박민수 원장(가정의학)은 “‘술 끊고, 채소 중심으로 철저히 짜인 식습관을 유지하라’는 처방은 이미 건강이 많이 상했거나 사회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5060세대용이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3040세대에게는 남의 이야기”라며 “3040세대는 고기, 국물, 짠 음식 등을 먹지만 최대한 몸에 부담을 덜 주는 방식으로 먹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 젓가락만으로 식사를 하라
재테크 강사인 이재철 씨(44)는 건강에 나름대로 자신 있는 3040세대다.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없고, 술은 주 2회, 맥주 2병 정도를 마신다. 주말마다 직장인 야구 경기도 한다. 평균적인 3040세대에 비해 술을 즐기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혈관 건강과 식습관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에서 경계선상에 있다. 올해 초 받았던 종합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92mg(dL당 100mg 미만이 정상),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128mg(dL당 130mg 미만이 정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역류성 식도염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고생할 때가 많다.
박 원장은 이 씨의 식습관을 분석한 뒤 ‘젓가락만으로 식사를 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이 씨의 식습관에 ‘국물’로 인한 문제가 있었다. 거의 매끼 동태찌개, 김치찌개, 된장찌개, 어묵탕 등 맵거나 짠 국물이 중심인 음식을 즐기는데, 이로 인해 나트륨 과다 섭취, 소화기관 자극, 혈관 훼손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박 원장은 “술을 적게 마시고, 과식을 하지 않는데도 경계선상의 혈당과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 복부비만, 역류성 식도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이 나타나는 건 결국 ‘짜고 자극적인 국물’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며 “좋아하는 국물류의 음식을 끊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 숟가락 없이 젓가락만으로 건더기만 먹으라”고 조언했다.
○ 소변 색깔이 ‘물색’ 아니면 물 마셔라
짠 음식을 즐긴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물 섭취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됐다. 성인의 경우 하루 약 2L의 물을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짠 음식을 많이 먹거나 업무가 많아 체력 소모가 클수록 물 섭취는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3040세대들은 사무실 등에서 커피 등은 많이 마시면서도 정작 목이 마르기 전까지는 물을 마시는 경우가 드물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탈수 증세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박 원장은 “약간이라도 입이 마르거나 갈증이 느껴질 땐 곧장 물을 마시고, 소변 색깔을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말했다.
소변 색깔이 물처럼 투명하지 않을 경우 수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소변 색깔이 물같이 투명하지 않다면 곧장 충분하게 물을 마시는 습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 고기는 꼭 채소에 싸서 먹어라
직업 특성상 잦은 음주(안주류는 주로 삼겹살 등 고기류)를 하는 기자(37)도 식습관 평가를 받았다. 기자도 종합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95mg(dL당 100mg 미만이 정상), LDL 콜레스테롤 131mg(dL당 130mg 미만이 정상) 등의 결과를 받은 ‘커트라인 지표’ 보유자다.
기자의 식습관 중 당장 개선해야 하고, 동시에 3040세대에게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나쁜 습관’은 술자리에서의 고기와 채소 섭취 비율. 기자는 통상 고기 5, 6점을 먹을 때 1점 정도만 상추나 깻잎에 싸서 먹는다. 또 된장보다는 기름장(참기름과 소금)과 그냥 소금에 고기를 찍어서 먹는 편이다.
박 원장은 “회식이나 술자리 등에서 고기를 먹을 땐 최대한 채소(상추나 깻잎)에 싸서 먹고, 소금 대신 된장에 찍어 먹으라”고 조언했다. 고기를 채소에 싸서 먹으면 포만감이 더 느껴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고기 섭취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몸에 좋은 섬유질 섭취는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밥을 빨리 먹는 습관도 문제로 꼽혔다. 기자는 15∼20분 안에 식사를 마칠 때가 많다. 박 원장은 “3040세대는 소화력이 좋고, 바쁘기 때문에 15분 이내에 식사를 마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포만감을 느껴 음식 섭취를 자제하게 해주는 호르몬인 렙틴은 식사를 시작한 지 약 15분 뒤부터 나오기 때문에 급하게 마친 식사는 배고프다는 느낌을 유지시켜 다음 식사 때 과식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주치의 한마디]“젊을때 먹는 습관 개선해야 노후 ‘헬스 푸어’ 막아” ▼
‘지금 이대로 가면 헬스 푸어(Health Poor)가 됩니다.’
건강을 개선하고 싶어 병원을 찾는 3040세대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노년기가 시작되는 5060시기에 안정적인 생활을 하려면 3040시기에 자산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3040시기에 제대로 된 건강관리를 하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없다’는 착각 속에 지속적으로 몸을 망가뜨리고 결국 노년기에는 만성질환에 노출돼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3040시기는 노년기에 ‘헬스 푸어’가 되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투자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야 된다.
하지만 3040세대에게 건강관리의 기본 중 하나인 식습관을 개선하라는 주문은 잘 먹히지 않는 게 사실이다. 특별한 건강관리 없이도 종합건강검진에서는 ‘정상’ 판정이 나오고 생활하는 데 불편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또 먹는 즐거움에 손을 댄다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3040세대에게는 현실을 반영한 식습관 전략을 세우라고 강조한다. 쉽게 말해 ‘정상적으로’ 먹더라도 최대한 몸에 덜 부담되게 먹는 습관을 만들라는 뜻이다. 이번 식습관 리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이재철 씨와 이세형 기자처럼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장생활을 하는 3040세대들에게 단지 건강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술, 고기, 국물 등을 최대한 멀리하라고 주문하는 식습관 전략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이런 음식을 섭취하지만 먹는 방식을 조금만 다르게 하면 지금보다는 나은 식습관을 갖출 수 있다.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그리고 먹는 즐거움을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는 상태로 식습관을 더 바람직하게 개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종합건강검진 결과가 ‘정상’으로 나온다고 해도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 간기능 등이 아슬아슬하게 정상권에 있는 3040세대에게 특히 현실적인 식습관 개선 전략을 실천해 보라고 하고 싶다. 아직 위험단계에 가지 않은 이런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에 나설 때 10년, 20년 뒤의 헬스 푸어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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