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제주지역 골프장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판에 이용료마저 높아진다면 이용객 감소로 더욱더 경영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제주시에서 만난 골프장 대표 A 씨(67)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부활 방침에 따라 기로에 선 골프장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고민 끝에 회원제 골프장을 대중제로 전환하려는 결심을 굳혔다. A 씨는 “개별소비세 부담은 골프장 이용료 인상이나 다름없어 이용객이 줄어들 것”이라며 “대중제 골프장으로 변경하면 그나마 개별소비세 부담에서 벗어나 이용객 유치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 벼랑 끝에 몰린 제주 골프업계
정부는 최근 마련한 ‘세법개정안’을 통해 2002년부터 제주지역 회원제 골프장에게만 적용해오던 개별소비세 면제 제도를 올해 말 종료한다고 밝혔다. 세법개정안이 확정되면 회원제 골프장 이용료에 1인당 개별소비세(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국민체육진흥기금 포함) 2만4120원이 부과된다. 개별소비세 부과는 이용료 인상이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는 제주지역 골프장업계로서는 도산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제주도는 제주도관광협회, 제주상공회의소, 제주골프장경영자협회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관련 업계 5000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와 국회에 개별소비세 감면 기한 연장을 건의했다. 2020년 12월 31일까지 5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치권 등에 호소하고 있다. 제주도골프협회 김영찬 부회장은 “정부가 세월호 참사 등 변수를 반영하지 않은 채 단순 수치로 골프 관광객 감소를 분석하는 바람에 개별소비세 면제 효과를 과소평가했다”며 “개별소비세를 부활하면 제주로 오는 골프 관광객 20∼30%가 동남아 등 해외로 나가 1000억 원 이상의 국부 유출이 발생하는데, 빈대(300억 원대 개별소비세 수입)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수요 창출과 자구 노력 필요
다른 지역과 비교해 항공료와 숙박료 등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제주지역의 특성 때문에 골프장 이용료 인상에 따른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지난해 제주지역 골프 관광객 수입은 6000억 원대로 감귤산업 수입과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골프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경영부실 등으로 적자가 쌓이고 있다. 2002년 8곳이었던 골프장이 30곳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4곳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으며 8곳은 지방세 151억 원을 체납하고 있다.
제주지역 골프장 이용객은 2012년 173만 명, 2013년 186만 명, 2014년 178만 명 등으로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골프 파라다이스’를 부르짖다 ‘벙커’에 빠진 제주지역 골프장 업계를 되살리는 길은 ‘수요 창출’과 업계의 ‘자구 노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발전연구원 최영근 전문연구위원은 “제주도가 모래, 장비, 농약 공동구매 방안 등 축적된 연구 결과를 실제 골프장 경영에 도입해야 한다”며 “골프장 업계도 처절한 자구 노력 없이 막연하게 정책적인 지원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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