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백화점 문화센터엔 아기 손잡고 온 아빠들 북적북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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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육아전쟁 ‘新기러기 시대’]
“일도 아이도 중요해”… 우리 아빠가 달라졌어요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17일부터 방영하는 공익 캠페인 ‘육아하는 아빠가 멋있다-아이 좋아 아빠 좋아’의 한 장면. 복지부는 아빠의 육아 참여가 확대되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17일부터 방영하는 공익 캠페인 ‘육아하는 아빠가 멋있다-아이 좋아 아빠 좋아’의 한 장면. 복지부는 아빠의 육아 참여가 확대되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부 제공
“애 봐야죠.”

휴일에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젊은 남성 직원을 보는 게 이젠 낯설지 않다.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마저도 일에 소홀하다는 느낌을 줄까 봐 회사에서 아이 이야기를 하는 걸 꺼렸던 게 10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대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미혼 여성인 회사원 강모 씨(33)는 거래처의 남성 직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이 직원의 메인 사진은 항상 2년 전 태어난 딸이다. 강 씨는 “SNS로 이야기할 때마다 ‘귀여운 꼬마 숙녀’가 걸걸하게 말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난다”며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런 직원의 모습이 이젠 멋져 보인다”고 했다.

워킹맘 이모 씨(38)도 세 살인 둘째와 함께 주말에 집 근처 백화점 내 문화센터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엄마랑 아이랑’이라는 이름의 강좌를 수강했는데, 대부분의 아이가 아빠와 함께 왔기 때문. 아빠들은 수업 내내 아이의 동작 하나하나에 웃었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아이를 위로 들고 앞구르기를 하는 등 몸을 쓰는 율동은 모두 아빠의 몫. 이 씨는 “현재 일곱 살인 첫째 때만 해도 문화센터에서 아빠를 보는 게 흔치 않았는데, 이젠 모든 아빠가 수업 참여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며 “이 문제로 문화센터에 가기 싫어하는 남편과 부부 싸움을 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육아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아빠가 부쩍 늘었다. 또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최근 한 조사에서 자녀가 있는 직장 남성 대부분이 ‘아빠의 육아 참여는 당연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방송프로덕션 PD 출신인 류창승 씨(38)는 첫째가 태어난 후 1년간 육아휴직을 썼고 둘째가 태어나자 아예 ‘전업 아빠’가 됐다. 류 씨는 “처음엔 ‘별종’ 취급을 받았지만 이젠 ‘아빠 육아’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진 게 피부로 느껴진다”며 “주변에 정말 좋은 아빠들이 널려 있다”고 전했다.

그림 에세이 ‘딸바보가 그렸어’의 작가이자 광고회사 직원인 김진형 씨(37)도 “종종 남자인 친구들과 아내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만나는데, 처음엔 친구들이 어색해했지만 이제는 당연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여섯 살 난 딸과 둘이서만 외출하면 마치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 것처럼 설렌다”며 웃었다.

물론 아빠의 생각은 많이 달라졌지만 현실과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직장 남성 65.2%가 “아이와 놀아주고 싶지만 퇴근이 늦어 제대로 못 한다”고 답했다. 또 육아의 상당 부분은 엄마가 도맡아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강학중 가족경영연구소장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가 늘어나면 가정뿐 아니라 일터가 행복해지고, 이는 사회 변화의 초석이 될 수 있다”며 “이 같은 변화를 독려하는 게 정부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KBS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활용해 제작한 공익 캠페인 ‘육아하는 아빠가 멋있다―아이 좋아 아빠 좋아’를 지난달 17일부터 방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빠 육아가 멋지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이번 캠페인의 목표”라며 “이를 통해 일·가정 양립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백화점#문화센터#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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