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8시 40분 전남 해남군 황산면의 한 상점.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잠시 후 집주인 이모 씨(43·여)가 “불이 났다”며 이웃집으로 피신했다. 이 씨는 당시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고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 씨를 본 이웃 주민은 119에 신고했다. 상황을 전해듣고 김모 경위(43) 등 경찰도 순찰차를 몰고 화재현장으로 출동했다. 김 경위는 같은 날 오후 8시 52분 화재현장에 도착해 이 씨를 순찰차로 태워 병원으로 향했다.
김 경위가 인적 사항을 묻자 비교적 차분하게 대답하던 이 씨지만 “화재 원인이 뭐냐?”, “혹시 다른 사람이 불을 지른 것은 아니냐”고 묻자 입을 닫았다. 이 씨는 대전의 한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다 29일 숨을 거뒀다. 화재는 가게 99㎡ 모두 불에 태워 소방서 추산 350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낸 뒤 2시간 만에 꺼졌다.
전남 해남경찰서는 ‘바닥에 뿌려진 휘발성 물질에서 유증기가 발생한 직후 누군가 불을 질렀다’고 결론냈다. 경찰은 이 씨의 동거남 김모 씨(43)의 행방이 묘연하자 추적을 시작했다. 경찰은 김 씨와 전화 연락을 통해 “화재 현장에 있었던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는 “화재 현장에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화재 발생 다음날 이 씨 명의 통장에 들어있던 현금 70만 원을 모두 인출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화재현장에서 김 씨가 있었지만 슬금슬금 물러나 행방을 감췄다는 목격자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특히 자수한 김 씨의 손, 귀, 얼굴에 화상자국이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김 씨는 “나는 불을 지르지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은 4일 김 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김 씨는 이 씨와 올 2월부터 동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씨가 이 씨와 말다툼을 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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