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집행부 견제 못하는 경남도의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도정(道政)의 효율적인 견제·감시를 통해 가장 생산적인 의회라는 평가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남도의회 누리집(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김윤근 의장 인사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진주의료원 폐업, 서부청사 개청, 무상급식 중단, 급식감사 등과 관련된 집행부의 발의 조례는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한 도의원은 “계속 한 식구처럼 비치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최근 경남도교육청 급식 감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등한 집행기관인 경남도가 경남도교육청을 감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란이 뜨겁다. 경남도에 감사 권한이 없다면 직권을 남용하는 꼴이 된다. 그래서 “애매한 부분을 법리(法理)로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개정 조례의 위법성 여부를 살피고 재의(再議) 요구가 있는지 기다리는 게 순리다. 송병권 경남도 감사관은 “지방재정법상 금전 관련 채권의 시효가 5년이어서 미루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2011년 3월부터 급식비를 지원해 여유는 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경남도의원들로 구성된 학교급식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가 내년 1월까지 가동된다. 특위는 광범위한 자료 수집과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다. 대상 학교도 103개다. 여기에 감사반 20명이 150개 초중고교와 18개 경남지역교육청, 경남도교육청에 들이닥친다면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바짝 다가왔다. 이런 사정이면 의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 밥그릇 챙기기를 넘어 당연한 소임이다. 일부 특위 위원이 유감을 표시했을 뿐 아쉽게도 도의회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침묵은 방조다.

지난달 초 공무원 골프대회 때도 ‘견제구’는 없었다. 김 의장은 대회 축사를, 김부영 박삼동 예상원 등 새누리당 경남도의원 10여 명은 ‘친선팀’으로 출전을 했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 본분을 잊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부분이다.

사실 집행부는 과속하려는 속성이 있다. 성과에 집착해 가속페달을 밟기 일쑤다. 의회는 브레이크다. 두 기능이 잘 작동해야 폭주와 사고가 예방된다. 활발한 문제 제기와 성역 없는 토론, 적절한 긴장관계는 건강한 집행부와 의회를 만드는 요체다. 그 반대는 독재다. 무릇 귀한 자식은 혹독하게 키운다고 했다. 경남도의회가 진정 홍준표 경남지사를 아낀다면 이제부터라도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그게 홍 지사의 미래를 열어가는 출발점이다.

6일 오후엔 제330회 경남도의회 임시회가 열린다. 경남도의원들은 무엇을 위해 어렵게 의회에 진출했는지, 경남 자치의 현주소는 어디이며 성적표는 어떤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홍 지사 역시 ‘엄이도종(掩耳盜鐘·남의 비판을 듣지 않으려 귀를 막으나 소용이 없음)’의 고사와 무관하지 않은지 다시 한 번 살펴보면 좋겠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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