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인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A세차장엔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직원들은 거센 물줄기를 뿜어내는 세차용 호스로 차량을 청소했다. 전국적인 가뭄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물을 아끼려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모 씨(60·여)는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잘 나오고 언제나 마트에서 생수를 살 수 있으니 가뭄을 체감하지 못한다”며 “가뭄이라든가 제한급수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진은 5, 6일 물 사용량이 많은 서울 시내 세차장과 목욕탕 등 5곳에서 충남의 가뭄 소식을 들었는지 물었다. 가뭄 소식을 아는 시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임모 씨(70)는 “물 부족이 심각하다면 정부가 진작 열심히 알려야 했다. 알아야 고통을 분담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부분 “요즘에도 가뭄이 발생하느냐”며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서울·경기 지역의 올해 누적강수량은 평년 대비 42%로 충남(49%)보다 가뭄이 심각하다. 서울시는 시에 물을 공급하는 충주댐, 소양강댐의 저수 능력이 뛰어나 아직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지는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봄까지 가뭄이 계속되면 서울 시민도 물 부족으로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도 제한급수가 시행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서울시는 가뭄의 심각성을 알리고 물 절약을 홍보하는 등의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고 있다.
무관심이 더해지면서 가뭄 지역 주민의 고통은 그만큼 더 깊어지고 있다. 과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뭄 문제를 알리자 국민의 온정이 가뭄 피해 지역에 몰리면서 생수 보내기, 절수 운동 등이 활발히 벌어졌다. 지금은 그런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없다면 국민에게 가뭄의 심각성을 널리 알려 물 소비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물은 한정된 자원인 만큼 함께 나눠 쓰고 고통을 분담하는 시민의 사회적 책임도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평년 수준의 강수량이면 내년 봄에는 지금보다 더 심한 가뭄이 닥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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