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끄자 책이 내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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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생들 휴대전화 맡기고 캠퍼스서 6시간 책읽기 행사
“초반 불안 딛고 몰입의 희열 느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학생들이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이날 성균관대는 스마트폰 없이 6시간 동안 독서하는 ‘가을, 캠퍼스로 떠나는 오거서(五車書) 책 소풍’ 행사를 열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학생들이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이날 성균관대는 스마트폰 없이 6시간 동안 독서하는 ‘가을, 캠퍼스로 떠나는 오거서(五車書) 책 소풍’ 행사를 열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여유로운 주말 오전인데 답답했다. 페이스북도 구경하고 카카오톡도 확인하고 싶은데 케이스를 열어봤자 스마트폰은 없다. 그렇게 알맹이 없는 스마트폰 케이스 덮개만 열었다 닫기를 5분.

한손에 쥔 한나 아렌트의 저서 ‘인간의 조건’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주말에도 읽자고 다짐해놓고는 한 쪽도 못 읽었다. 심심해서 책을 펴고 읽어 내려간다.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도, 전화벨이나 진동도 없이 가을바람을 맞으며 독서에 빠져들었다. 6시간이 금세 지나 책은 130쪽을 넘어섰다.

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인문과학캠퍼스 내 법학관 앞 공터에서 김진경 씨(26·경영학과 3학년)는 스마트폰 없이 이렇게 책을 읽었다. 이날 학술정보관이 마련한 ‘가을, 캠퍼스로 떠나는 오거서(五車書) 책 소풍’ 행사에서다. ‘오거서’는 당나라 시인 두보가 말한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에서 유래한 말로 ‘다섯 수레가 될 정도의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씨를 비롯해 행사에 참석한 학생 88명 모두 안내 데스크에 스마트폰을 맡긴 채 인문학 책을 읽어야 했다. 처음엔 불안함이 감돌았지만 이내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져 캠퍼스 벤치와 학교에서 제공한 돗자리에 누워 자유롭게 독서를 시작했다. 김 씨는 평소 책을 읽으려고 자리에 앉으면 1시간 중 50분은 스마트폰을 보는 데 쓴다고 했다. 김 씨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오면 그날 독서는 끝난 셈”이라고 했다. 메시지를 읽다보면 또 다른 데로 관심이 이어진다고 했다. 김 씨는 “그동안 의지가 부족했는데 스마트폰이 없으니 확실히 집중이 잘됐다”며 웃었다.

전공서적이나 수험서만 읽다가 소설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는 학생도 있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은 신형준 씨(24·국어국문학과 2학년)는 “책 속에서 ‘새’가 알을 깨고 나와야 성공하고 다음 단계로 발전한다고 하는데, 지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에 와 닿았다”고 했다.

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가벼운 정보는 자주 주고받지만 깊이 있는 대화는 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도 2012년 미국 보스턴대 졸업식에 참석해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스마트폰을 끄고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라. (페이스북) ‘친구’를 늘리는 게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우리나라 성인이 한 해 읽은 책은 평균 10권이 채 되지 않고 84%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오삼균 학술정보관장은 “스마트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일상에서 몰입하고 집중하는 경험이 줄어들었다”며 “취업용 독서에 갇혀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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