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다가 재판 2년 만에 무죄가 인정된 에드워드 리 씨(36)가 사건 발생 18년 만에 ‘진범’으로 지목돼 법정에 서게 된 아서 패터슨(36)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리 씨의 아버지는 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에디(에드워드 리)는 한 달 전 미국에서 들어와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이라며 “고인에 대한 인간적 도의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법원이 부르면 증인으로 나설 것이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한국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피해자 고 조중필 씨의 어머니 이복수 씨(73)는 “에드워드 리가 미국에 있어 증인으로 못 설까 봐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라며 “법정에 서서 진범을 제대로 밝히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 씨는 1997년 4월 3일 대학생이던 조 씨(당시 22세)가 흉기에 수차례 찔려 살해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친구인 패터슨 씨와 함께 있었다. 그는 사건 직후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가 2년 뒤 증거 불충분으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아버지의 사업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 유지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철희)는 “아직 에드워드 리 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증인으로 신청할지는 재판 진행 상황을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무죄 판결로 단독 살인범이 아닌 살인 현장의 목격자로 추정된 리 씨의 법정 증언은 패터슨 씨의 유죄 입증에 유력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한 뒤 16년 만인 지난달 23일 국내로 송환된 패터슨 씨는 최근 서울구치소에서 만난 미국대사관 관계자들에게 “에드워드 리가 마약에 취한 상태로 ‘뭔가 보여주겠다’고 한 뒤 살인을 저질렀고 나는 목격만 했다”며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터슨 씨의 첫 재판은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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