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인 도청 실태를 폭로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4일 BBC방송 인터뷰에서 “당신이 스마트폰을 샀지만 주인은 따로 있다”고 했다. 영국의 감청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가 암호화한 문자메시지를 스마트폰에 보내 사용자 모르게 조종할 능력을 가졌다는 주장이었다.
▷국내에서 모바일 감청이 뜨거운 논란이 된 것은 지난해 10월 카카오가 세월호 집회에서 해산명령에 불응해 기소된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그룹대화 내용을 검찰에 압수수색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실시간 모니터링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정 씨와 대화를 나눴던 3000명의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누리꾼들의 ‘사이버 망명사태’가 확산됐다. 이석우 당시 카카오 대표는 사용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앞으로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에 대한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에 다시 응하기로 했다고 김진태 검찰총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카카오의 방침 선회 배경을 놓고 올 6월부터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2월 카카오가 스마트폰을 통한 음란물 유포를 방치했다며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통신비밀보호법 3조 2항은 범죄 수사 또는 국가 안보를 위해 감청영장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카카오가 사생활 보호를 내세워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수사협조 의무를 외면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카카오의 방침 전환이 수사 대상자 이외의 대화 참여자들의 정보까지 무차별하게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지난해 카톡 검열 논란 직후 독일 메신저인 텔레그램 이용자가 국내에서 급증했던 선례가 되풀이될지도 모른다. 외국 기업에 비해 국내 업체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당국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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