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국립대학에 총장 직선제 회복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8월 17일 총장직선제 수호와 대학민주화를 외치며 부산대 고현철 교수가 투신 자살한 이후 부산대, 해양대에 이어 충남대와 경상대도 직선제를 채택했다. 강원대도 곧 방향을 결정한다.
경남의 거점국립대인 경상대(총장 권순기)는 9일 “5~8일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서면 투표를 진행해 총장직선제 회복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면표결에는 투표권을 가진 교수 744명의 91.5%인 681명이 참가해 83.9%인 571명이 찬성했다. 교육공무원법 제24조에 총장 선출은 ‘총장선출위원회’나 ‘교원 합의에 따른 방법’ 가운데 하나를 대학 구성원들이 선택하도록 돼 있어 직선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교육부가 총장 선출 방식과 재정지원을 연계하면서 국공립 대학들이 2012년 이후 간선제로 돌아섰다.
경상대 교수회는 이번 서면 표결을 토대로 14일 교수 대의기구인 교수평의회를 소집해 총장선출특별위원회가 만든 ‘총장직선제 규정 및 시행세칙 안’을 심의 의결하고 대학 측 의사결정 기구인 학무회와 대학구성원 전체 의결기구인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쳐 총장선출 시행세칙이 만들어지는 대로 총장을 뽑을 예정이다. 교수회는 현 총장 임기만료 30일 전인 다음달 15일 이전까지 10대 총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현재 5명이 직선 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안성진 교수회장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직선제 찬성률이 높은 것은 교육부 등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 자율성과 자치를 회복하려는 교수들의 열망을 나타낸 것”이라며 “대학본부도 적극 협조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 측 관계자는 “교수회 결정을 존중하되 충분히 논의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시간적으로 11월 중 총장선거가 치러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충남대도 총장 선출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투표에서 교수들의 76.8%가 직선제를 선택했다. 9일 이 대학 교수회에 따르면 6~8일간 총장 선출방식을 묻는 교수투표에서 전체 875명 가운데 616명(70.4%)이 투표에 참여해 76.8%인 473명이 직선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간선제를 원하는 교수들은 127명(20.6%)에 불과했다. 교수회 관계자는 “교수 과반수가 직선제를 원하는 만큼 투표 결과를 학교 측에 통보하고 직선제를 관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충남대 현 총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0일까지며, 이 대학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 및 시행세칙’에는 다음달 20일까지 총장을 뽑게 돼 있다.
강원대는 19, 20일 전체 교수에게 직선제 회복을 묻는 투표를 할 예정이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진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