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의 포스코를 이상득의 포스코로 만들려 했다.” 포스코 비리를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최근 내린 결론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SD)이 무능한 최고경영자(CEO)를 내세워 포스코를 사실상 사유화(私有化)하려 했다는 것이다. 물론 SD는 검찰 조사 때나 조사 후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포스코 회장 후보 면접봤다
MB 정권의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1월까지 당시 이구택 포스코 회장을 시작으로 회장 후보였던 윤석만 포스코 사장,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을 만났다.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차례로 만난 것은 SD의 지시라고 검찰은 본다. 당시 박영준은 청와대에서 나와 공직을 맡지 않고 백수로 지낼 때라 그렇게 볼 수 있다.
검찰은 SD가 정준양을 포스코 CEO로 만들었다고 확신한다. SD의 대리인인 박영준이 포스코 CEO추천위원회가 열리기 20일 전 이구택을 만나 “차기는 정준양이다”라고 통보한 것을 주요 근거로 꼽고 있다. 이구택 윤석만을 비롯한 참고인 조사 결과 회장 후보들을 면접한 박영준은 심부름한 것에 불과해 굳이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준양 재임 5년 동안 포스코가 늘린 계열사 41곳 중 18곳이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시장가격의 몇 배씩 주고 인수한 삼창기업과 성진지오텍은 권력의 입김 없이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포스코는 멍들었지만 정준양은 32억 원의 퇴직금과 50억여 원의 스톡옵션 차액을 챙겼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SD가 무능한 사람을 회장으로 만들어 포스코를 말아먹었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SD에 대해 “MB 정권 2인자의 권력형 비리”라며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SD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면 3개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돈이 30억 원이나 돼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 관행적인 정치자금으로 보면 과거 대선자금 수사 때 그 정도 액수도 불구속 수사한 예가 있다.
대검 수뇌부는 SD가 여든의 고령인 데다 뇌물로 걸었다가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쪽이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쪽은 “영장이 기각되면 책임지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SD에 대해 “건강은 전성기 때나 다름없다” “14시간 조사 받은 뒤에도 조서의 토씨까지 하나하나 고쳤다”고 상세하게 브리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SD는 2004년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으로 한나라당이 휘청거릴 때 박근혜 대표가 주도한 ‘천막 당사’ 신화의 조역이다. 당 사무총장으로 서울시장 MB를 설득해 천막당사 터를 임차하며 실무를 챙겼다. 동생의 퇴임 후까지 감안해 2010년 6월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엔 ‘친박(親朴) 행보’를 했지만 두 번째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검찰 거쳐야 ‘진짜 회장’ 퇴임
2000년 민영화한 포스코의 CEO를 지낸 사람들은 하나같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임기도 채우지 못했다. 포스코 회장에서 물러나도 검찰을 거쳐야 ‘진짜 회장직 퇴임’이라는 우스개까지 있다. 7개월을 끈 검찰의 포스코 비리 수사도 끝이 보이고 있다. 포스코를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긴 SD의 사법 처리를 끝으로 ‘포스코 잔혹사’도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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