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식구 늘어났다고… 동물원 전시 가치 떨어졌다고…
보호단체 “비인도적 돈벌이 매각”… 美 운동가, 서울시장 공관 앞 단식
공원측 “잉여동물 구조조정 불가피, 도축장에 판 건 실수… 예방책 마련”
“박원순 시장님, 도축장에 끌려간 서울대공원 사슴과 염소를 살려주세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장 공관 앞. 쌀쌀한 바람 속에 청색 겨울점퍼로 온몸을 감싼 한 외국인이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바로 동물보호단체 케어(CARE)의 미국법인 대표 에이제이 가르시아 씨(30). 그는 나흘째 물만 마시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가르시아 씨는 “아무도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아 최후의 수단으로 박 시장 집까지 왔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도대체 서울대공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미국에서 온 가르시아 씨가 서울시장의 공관 앞에서 단식을 하고 있을까.
발단은 올 8월 19일에 일어났다. 이날 서울대공원은 ‘잉여동물’로 분류한 사슴과 흑염소 43마리를 경기 용인시의 한 농장에 팔았다. 잉여동물은 너무 많이 번식하거나 전시용으로는 더 이상 가치가 없어 매각 대상이 된 동물을 말한다. 미리 대공원 관계자로부터 소식을 들은 케어 회원들은 이날 운송 트럭을 따라가 농장을 급습했다. 확인 결과 이 농장은 식용 사슴을 키워 도축하는 곳이었다. 사건 당일 매각된 새끼 흑염소 1마리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도축됐다.
케어는 이날 ‘사건’을 서울대공원의 비인도적 행태로 규정하고 비난했다. 박소연 케어 공동대표는 “관람객 특히 아이들이 ‘친구’라고 부르던 사슴과 염소를 대공원이 그대로 도축장에 팔아 넘겼다”며 “동물원이 동물 보호의 취지를 망각하고 ‘식용농장’을 운영하는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단지 개체수가 많다는 이유로 매각 처리하는 것을 놓고 서울대공원이 동물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다. 서울대공원은 1986년 12월 흑염소 7마리, 유산양 6마리를 시작으로 매년 1, 2차례 인터넷 공매사이트(온비드)를 통해 동물 공개 매각을 실시 중이다. 올해 동물 매각 금액은 1564만 원이다.
서울대공원 측은 “전시 동물이 도축장에 팔린 건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수익 증대 목적으로 잉여동물을 판매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축산법에서 ‘가축’으로 규정한 동물만 사육환경 개선과 노동력 절감을 위해 매각했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곧장 세비로 들어가기 때문에 대공원이 이득 보는 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서울대공원은 “매각한 사슴과 흑염소를 다시 매입하라”는 동물보호단체 요구를 거부했다. 최근 시작한 ‘동물원 다이어트’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올해 개장 31주년을 맞은 서울대공원은 326종에 달하는 동물을 △전략종(48종) △유지종(189종) △정리종(89종)으로 나눈 뒤 정리종 퇴출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용인 농장에 매각된 잉여동물 상당수도 정리종이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사육공간이 비좁아서 발생한 동종 간 경쟁 탓에 올해만 흑염소 3마리가 폐사했다”며 “멸종위기종, 토종 동물 중심의 발전된 동물원을 만들기 위해 군살 빼기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공원은 올해 안에 매각한 잉여동물의 도축장행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는 과잉 번식을 막기 위한 중성화수술 규정 등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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