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시립박물관 소장 유물 5점 국가문화재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03시 00분


2016년 개관 70주년 맞아 지정 추진… 일제가 中서 약탈한 대형 범종 3점 外
겸재 ‘노송영지도’‘평양성도’ 포함

인천시립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중국에서 주조된 3개의 대형 범종을 둘러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노송영지도’.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인천시립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중국에서 주조된 3개의 대형 범종을 둘러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노송영지도’.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 매체 기자들이 최근 인천시립박물관을 찾았다. 이들은 배성수 전시교육부장의 안내를 받아 박물관 앞 정자에 전시돼 있는 3개의 대형 범종 앞에 멈춰 섰다. 이 범종들은 각각 중국 송, 원, 명나라 시대 허난 성에서 주조된 것으로 높이가 1.4∼2.5m에 이른다.

중국 기자들은 “이처럼 보존 상태가 뛰어난 거종(巨鐘)은 중국에도 몇십 점밖에 없을 정도로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은데 어떻게 한국에 와 있느냐”고 물었다. 배 부장은 “1940년대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전쟁 물자가 부족하자 한반도는 물론이고 중국 대륙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물량의 금속 문화재를 끌어모았다. 이 범종들은 일본군이 중국에서 강제로 빼돌려 인천에 설치한 무기 공장인 부평조병창(造兵廠)의 용광로에서 녹여 무기로 만들 뻔했던 약탈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고개를 끄떡이던 중국 기자들은 카메라로 범종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배 부장은 “패전의 공포에 조바심을 내던 일본이 전쟁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중국과 한국의 온갖 쇠붙이를 공출한 역사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에 개관 70주년을 맞는 인천시립박물관이 소장 유물을 국가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에는 현재 국보 1점과 보물 28점 등 모두 29점의 국가문화재가 있지만 대부분 사립 박물관이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1946년 4월 1일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공립 박물관이나 국보급 문화재로 인정받은 유물이 아직 한 점도 없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최근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인천시립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5점을 국가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문화재청에 심의를 신청했다. 신청 목록에는 이들 철제 범종 3점이 포함돼 있다. 일본의 패망으로 광복을 맞은 1945년 이경성 초대 인천시립박물관장이 부평조병창에서 우연하게 범종을 발견해 박물관 앞뜰로 옮겨 보존해 왔다. 범종 윗부분에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쌍룡이 새겨져 있는 등 조각 기법이 뛰어나다. 아랫부분에는 ‘황제 만세’ 등과 같은 문구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제작 시기와 주조 지역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또 조선시대 후기 화가로 유명한 겸재 정선(1676∼1759)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를 국가문화재로 신청했다. 2001년 4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7억 원에 낙찰돼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로 주목을 끌었던 작품으로 송암미술관에서 기증받았다. 그가 여든 살(1755년)에 그린 만년의 대작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설명이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작품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인 18세기 후반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평양성도(平壤城圖)’도 포함됐다. 평양 내성(內城)의 관찰영과 대동관, 연광정, 부벽루를 비롯해 능라도, 양각도에 이르는 지형지세를 상세하게 표현해 당시 평양성의 면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일제강점기 인천에 주둔하던 일본군과 군속들에게 압류한 도자기를 비롯해 1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유물을 선별해 순차적으로 국가문화재로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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