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생도 학부모 등쌀에 떠밀려 일반계 고등학교로 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뒤늦게라도 입시 공부에서 적성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원하는 직업교육도 받지 못하고 일반계고에서 적응도 잘 못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직업교육을 원하는 일반고 학생들이 진로 수정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야 학교도 학생도 직업교육도 산다는 것. 현재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들 중에는 본인은 직업교육을 원하지만 주변의 시선이나 학부모의 강권으로 마지못해 진학한 학생이 상당수다. 직업교육에 대한 여건이 좋아졌지만 많은 학부모가 여전히 직업교육을 ‘입시에서 실패하면 가는 곳’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또는 전기에 선발하는 특성화고의 내신성적 입시 커트라인을 넘지 못하고 떨어져, 후기에 선발하는 일반고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이 학생들은 뒤늦게 공부에서 흥미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학업 성적을 올리는 데 실패해 의욕을 잃는 경우도 상당수. 이 때문에 일반고와 직업교육학교 사이의 장벽이 더 낮아져 적절한 시기에 진로를 원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처음 도입한 정시 전학은 호평
올해 서울지역 일반고 학생은 약 7만2000명. 이 중에서 직업 위탁교육을 받는 학생은 약 4500명에 이른다. 입시 공부를 하다가 뒤늦게 진로를 수정하는 학생이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일반고 학생들의 직업 위탁교육은 3학년만 신청할 수 있다는 점. 그 이전에 직업교육에 관심이 있어도 진로를 전환하기란 쉽지 않았다. 일반고 학생들이 특성화고로 전학을 가고 싶어도 직접 학교 측에 문의를 해서 결원이 발생한 학과가 있는지 알아본 뒤 그 학교로 원서를 직접 제출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학과에서 결원이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가 특성화고에 전화를 돌리다가 결원이 발생한 학과를 보면 따져보지 않고 입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성화고에서는 일반고가 적응에 실패한 학생들을 적성은 고려하지 않고 떠민다는 불만이 있었다.
불만이 쌓이자 서울시교육청은 허술한 기존 제도를 손봤다. ‘특성화고 정시 전학제도’는 올해 처음 선보인 제도. 2학년 1학기까지 수시로 개별적으로 특성화고에 신청하던 수시 전학과는 달리 시교육청이 전학 신청 서류를 일괄 취합해 학교별로 다시 배분하는 제도이다. 이 과정에서 결원이 발생한 특성화고 학과를 시교육청이 정리해서 공지해 주면서 학생들도 진지하게 진로 수정을 고민했다. 특성화고로 전학하려면 자신의 적성을 무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학과 선택을 놓고 고민할 수 있었기 때문.
개선된 제도 덕분에 올해 9월 7∼17일 진행한 정시에서 236명이 신청해 143명이 전학에 성공했다. 특성화고 결원 대비 79.4%가 진로 변경을 한 것. 이는 지난해 상반기 53명, 하반기 71명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이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일반고 살리기 정책의 체감 효과가 현장에서 그리 크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직업교육 전학 제도를 개선한 점은 신선한 변화로 느껴졌다. 일반고를 살린다면서 교사의 열정만 요구하는 점을 보며 실망을 많이 했는데, 지금처럼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시스템적인 변화를 준 것은 칭찬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 ‘고졸 성공시대’가 목표
또 시교육청은 일반고 학생들의 직업교육 선택권을 넓혀 준다는 의미에서 내년부터 고교 2학년까지 직업 위탁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내년 50∼60명의 일반고 신청자를 대상으로 직업 위탁교육을 확대 운영한다는 것. 관건은 2년 동안 직업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과 프로그램을 갖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문제부터 해결한 뒤 시범 운영을 통해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교육청은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능력중심 사회 구현을 위한 고졸 성공시대’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특성화고 졸업자를 대상으로 시교육청 기술직 공무원 채용을 늘린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진로 수정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으로 직업교육도 내실화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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