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4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자신을 ‘보수 단일 후보’라고 내세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68)이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원심에서 32억 원에 달하는 선거보전금을 물어야 할 위기에 처했던 문 전 교육감은 이 판결이 확정되면 선거보전금을 내놓지 않아도 된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16일 문 전 교육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형을 선고할 때는 위법성과 비난가능성 뿐 아니라 당선의 무효와 선거비용 반환도 감안해야 한다.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 공정성에 미친 영향 등에 비춰볼 때 가혹한 면이 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수단일화 후보’라는 표현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으로서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같은 보수 성향으로 경쟁 상대였던 고승덕 후보로부터 이 표현을 쓰지 말 것을 요구받았다는 사실 등을 들어 이 표현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고의로 표현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에게 ”‘보수 단일 후보’라는 길지 않은 표현을 사용해 실제로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판 전에 이미 교육감을 포함한 선출직 선거에 재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만큼 동일한 잘못을 반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문 전 교육감은 선고 직후 밝은 얼굴로 “선고유예는 예상치 못한 결과인데 재판부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죄를 지은 건 맞으니 앞으로 자숙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앞서 지난달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도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주목을 받았다. 조 교육감 사건은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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