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독 치유 무주 ‘드림마을’ 개소 1년… 청소년 312명 희망 찾아
그림-운동 취미활동… 내 삶의 주인으로
“스마트폰 없으면 못 살 것 같았는데, 없어도 살 수 있네요?”
전북 무주군 안성면에는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이 있다. 이곳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데스크톱 등 기기를 반입할 수 없는 인터넷 해독(detox) 공간. 문을 연 지 27일로 1년을 맞는 이곳에선 학생 20여 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학령전환기(초1, 중1, 고1) 인터넷 중독실태 검사에서 위험군에 속한 학생들 중 상태가 나쁜 학생들을 선발해 중독 정도에 따라 1∼5주의 기간별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3일째가 최대 고비
인터넷드림마을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소년 인터넷 중독을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미래창조과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청소년 중 PC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76만8000명(12.5%),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156만2000명(29.2%)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 중독률에 비하면 약 2배씩 높은 수치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겐 ‘인터넷 중독’이 심각한 고민거리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인터넷 중독 치유를 받은 학생은 모두 312명. 대부분의 학생은 입소 사흘째가 되면 인터넷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를 느끼며 심한 부적응 상태에 빠진다. 마치 담배를 끊는 것처럼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것.
심용출 드림마을 부장은 “입소 3일 차가 최대 고비”라면서 “우울증, 무기력증을 호소하며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절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입소했지만 인내심이 폭발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아이는 사흘이 지나고 나면 점차 드림마을에 적응한다. 분노해봐야 인터넷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체념하는 것. 정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하루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안정을 찾은 아이들은 ‘자신들의 행동규칙’을 세운 뒤 공동체 생활을 만들어 나간다. ○ 연극·미술·동아리 통해 스스로 다짐
인터넷드림마을은 집단상담, 미술치료, 동아리 활동을 하며 인터넷 과다 사용의 폐해를 스스로 깨닫게 한다. 15일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는 연극 수업이 한창이었다. “스마트폰 없이는 못 살겠다”던 정성수 학생은 스마트폰을 10만 시간 쓰다가 그대로 몸이 굳어 죽는 상황을 연기했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10만 시간을 내 꿈을 위해 쓰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각자 10만 시간 동안 노력하고 싶은 분야, 꿈에 대해 발표했다. 이외에도 미술, 기타 연주, 야외 활동 등을 통해 인터넷을 대체할 취미거리를 알리기도 한다. 온라인게임 대신 두뇌 발달에 좋은 보드게임도 즐긴다.
또 다른 교실에선 미술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주의산만하게 떠들던 학생들이 조용히 앉아 도화지를 몇 구획으로 나누고 공간을 채우는 데 열중했다. 한 번에 많이 칠할 수 있는 물감 대신 색연필과 유성매직만 활용하다 보니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이는 공간분할법이라는 미술치료의 일부인데, 학생들이 도화지를 채우면서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이다.
○ “인터넷 노예 아닌 내 삶의 지배자”
이곳을 거쳐 간 아이들 중 중도 퇴소한 학생은 단 2명.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학부모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퇴소한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인터넷이 안 되는 일반 휴대전화로 기기를 변경했다” “인터넷의 노예가 아니라 내 삶을 지배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감사의 글을 드림마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한다.
손애리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자녀의 인터넷 중독은 모든 부모의 관심사라 수요에 비해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 한 곳인 드림마을을 권역별로 1개씩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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