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인력 145% 느는 동안 좋은 일자리 증가는 25% 그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3시 00분


[구직자 '고난의 시대']1993년부터 20년간 일자리 미스매치 심화

노동시장의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심화되면서 청년층(15∼29세)의 고용률이 40%대 초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졸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같은 안정된 양질(良質)의 일자리를 원하지만 청년들을 겨냥해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나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한 청년 구직 단념자가 20만 명에 달한다.

19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양질의 일자리는 1993년 483만 개에서 2012년 602만 개로 24.6%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고학력 인력(전문대졸 이상 학력 소지자)은 428만 명에서 1050만 명으로 145.3%나 늘었다. 양질의 일자리는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을 상회하는 상용직 △주당 36시간 이상 근무하는 관리직·전문직이다.

1993년만 해도 양질의 일자리가 고학력 인력보다 55만 개나 많은 ‘일자리 과잉’ 상태였지만 1995년에 대학 설립 요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구직자 과잉’ 상태로 바뀌었다. 고학력 인력 공급이 양질의 일자리 공급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고학력 과잉인력은 2000년대 초반 100만 명에서 2012년에는 448만 명으로 4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올해 역시 대기업 등의 채용 규모가 예년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고학력 구직자는 1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고학력 과잉인력이 올해는 500만 명을 돌파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상태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달 초 전국 만 19∼39세 청년층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비스산업에 대한 청년 인식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88.9%가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평가했으며, 57.3%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청년 고용을 활성화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현재 정책이 인턴 채용 등 임시직을 늘려 청년 고용의 ‘양’만 늘리는 데 집중돼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7월 발표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에서 3년간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 중 12만5000개의 일자리가 청년인턴, 직업훈련, 일학습병행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적 개혁과 단기적 처방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우선 중장기적으로 대학 통폐합 및 정원 조정 등 교육개혁을 통해 고학력자의 과잉공급을 해소하고 맞춤형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도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방안으로 꼽힌다. 최경수 KDI 산업·서비스정책 연구부장은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늘려면 신산업이 새롭게 나오면서 경제가 활기차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을 상대로 일시적이나마 청년 채용 규모를 할당해 강제하고, 기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좋은 일자리를 나누는 단기 처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고학력#인력#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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