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이유 있었네… 한국인 삶의 만족도 OECD 최하위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3시 00분


일에 치이고 기댈곳 없고
아빠,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 하루 6분… “어려울때 의지할 친구-친척 안보여”
학생들 학업성취도는 최상위

‘한국의 아빠들은 돈 버는 기계에다 나이 들수록 기댈 곳이 없다.’

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OECD의 ‘2015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0점으로 OECD 평균(6.58점)보다 낮았다.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였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삶의 만족도가 떨어졌다. 15∼29세 6.32점이었던 것이 50대 이상은 5.33점으로 1점 가까이 하락했다.

한국의 아빠들은 ‘일과 생활의 균형’ 부문에서 점수가 크게 떨어져 어린 자녀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생활에 지친 아빠들이 하루에 자녀와 같이 놀아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고작 3분이고, 돌봐주는 시간도 3분에 불과했다.

엄마까지 포함해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도 하루 48분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짧았다. OECD 평균은 하루 151분이고, 이 중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은 47분이다. 이웃나라 일본 어린이들만 해도 아빠와 함께 놀거나 공부하는 시간이 하루 12분으로 한국보다 많다.

한국 청소년들이 15∼19세에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서 취업도 않고 훈련도 받지 않는 채 방치된 비율도 9번째로 높았다. 반면 학업성취도 면에서 한국 학생들의 순위가 높았다. 15세 이상의 읽기능력은 2위,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 능력은 1위였다.

한국인들은 가정에서뿐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 역시 개인이 섬처럼 고립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 연계 지원’ 부문에서 한국은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한국은 이 부문에서 72.37점을 기록해 OECD(88.02점)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50세 이상의 점수는 67.58점으로 1위인 아일랜드(96.34점)보다 무려 30점가량 낮았다. 50세 이상에서 60점대를 받은 것은 터키(67.58점)와 한국뿐이었다. 한국인의 건강 만족도 역시 OECD 평균(68.8점)보다 20점 이상 낮아 34개국 가운데 꼴찌였다.

반면 한국의 경제성장과 고용, 금융자산 등 물질적인 토대는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가구당 순가처분소득은 2013년 기준 2만270달러로 2009년보다 12.28% 증가해 OECD 29개국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헬조선#삶의만족도#최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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