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강원대-한림대 등, 다양한 이색 강좌 잇따라 열려
“스트레스 해소 도움” 주민들 호평
19일 낮 12시경 춘천지방법원 본관 3층 대회의실에 오페라가 울려 퍼졌다. ‘오페라, 그 치명적 매력의 행복한 중독’을 주제로 한 김종로 강원대 인문대학장(불문학과 교수)의 인문학 강좌. 김 학장은 이탈리아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의 오페라 ‘몽유병 여인’ 실황공연을 보여주며 이 오페라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몽유병을 앓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아미나와 부유한 젊은 지주 엘비노의 사랑과 오해, 이별, 재결합으로 이어지는 줄거리와 함께 탁월한 음색을 지닌 가수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점심시간 짬을 내 강좌에 참석한 60여 명의 방청객은 김 학장의 말과 음악에 빠져들었다. 1시간 강의가 금세 지나간 것처럼 생각될 정도. 박병규 춘천지법 판사(36)는 “사건 고민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리아에 실려 날아가는 느낌이었다”며 “이처럼 유익한 시간을 더 많은 지역 주민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곳곳에서 인문학 강좌가 개설돼 인기를 끌고 있다. 춘천지법뿐 아니라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한림대 등에서 10, 11월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의 인문학 강좌가 잇따라 열린다.
김 학장의 강의는 춘천지법이 12일부터 12월 14일까지 매주 월요일 10차례 계획한 ‘인문학 편지’의 두 번째 순서. 춘천지법은 직원과 지역 주민들에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유와 인문학적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이 같은 행사를 마련했다.
12일 첫 강좌에서는 이면우 춘천교대 총장이 ‘비와 별이 내린다’는 주제로 측우기와 첨성대를 둘러싼 논쟁을 재조명했다. 남은 8개 강좌의 주제도 다양하고 흥미롭다. 26일 유진규 마이미스트의 ‘어루만지는 몸’, 다음 달 2일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의 ‘달걀 속에 숨은 과학’ 등이 이어진다.
강원문화재단은 10, 11월 강원대와 강릉원주대에서 총 8차례의 ‘청춘의, 청춘을 위한 인문학 강연’을 준비했다. 강원대에서는 22일 소설가 윤고은 씨의 ‘회춘(回春): 봄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시작으로 다음 달 12일까지 매주 목요일 4차례의 강좌가 열린다. 강릉원주대에서도 다음 달 5일 웹툰작가 배진수 씨의 ‘심심하게 청춘을 사로잡는 비법 웹툰’에 이어 26일까지 매주 목요일 4차례의 강좌가 기다리고 있다.
또 강원문화재단 영상지원팀은 ‘까칠한 영화평론가 최광희와 함께하는 영화 인문학 강좌’를 마련해 17일 CGV춘천명동에서 첫 시간을 가졌다. 다음 달 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장르의 재발견: 21세기 걸작 읽기’를 주제로 강좌가 진행된다.
한림대 박물관은 춘천의 유봉여중과 소양중의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인문학 체험 기회 및 유물과 현장, 역사와 사람이 만나는 새로운 학습의 장을 제공하기 위한 행사다.
노혁진 박물관장은 “박물관과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적 체험활동을 경험하고 진로를 탐색하기 바란다”며 “대학 박물관으로서 지역 청소년 교육에 계속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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