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허했던 정치-경제인 가석방, 선별 허가로 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1일 03시 00분


역차별 논란에 일반인 기준 적용… ‘형기 70∼80% 충족’ 관행은 유지

정부가 정치인과 경제인 등 사회지도층의 가석방 허용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법무부는 최근 가석방 허용 기준 개정 작업을 마쳤고, 28일 교정의 날을 맞아 일반인 수용자 400여 명을 가석방하면서 새로운 지침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달 8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가석방 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된 가석방 허용 기준의 핵심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가석방 심사 대상에서 아예 배제했던 사회지도층 인사와 사회적으로 이목을 끈 사건의 주요 수형자들을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가석방 심사위원회는 이들의 행형 성적과 재범 가능성을 일반인 수용자와 똑같은 기준으로 심사해 선별적으로 가석방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형기의 70∼80%를 채워야 가석방을 허가했던 기존의 관행은 유지하기로 했다.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수용자를 가석방 대상에서 전면 배제하는 기조도 유지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주요 정·재계 유력 인사들의 가석방을 불허해 왔다. 노무현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로 기소돼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2013년 7월 가석방 대상에 오르지 못해 지난해 2월 만기 출소했고,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도 올해 5월 형기 3년 6개월을 마치고 출소했다. 올해 70주년 광복절에도 주요 정치인과 경제인은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학계 등에서는 사회지도층 수용자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과 포화 상태인 교정시설 수용률 등을 감안해 가석방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전체 출소자 가운데 가석방 출소자 비율은 2004년 16.0%에서 2013년 11.4%로 계속 줄고 있어 수형자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가석방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가석방 출소자가 줄면서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의 평균 수용률은 2011년 98.7%에서 올해 8월 현재 117%로 높아져 포화 상태다.

변종국 bjk@donga.com·조건희 기자
#정치인#경제인#사회지도층#가석방#역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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