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국가를 비방하면 처벌하도록 했던 1970∼80년대 국가모독죄를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조항 폐지 27년 만이다.
21일 헌재는 서울중앙지법이 양성우 시인의 재심 중 제청한 옛 형법 104조의2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과거 국가모독죄로 처벌받았던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헌재는 “당시 언론이 통제되던 상황과 민주화 이후 이 조항이 삭제된 정황을 고려할 때 해당 조항의 입법목적이 국가의 안전과 이익 등에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형사처벌로 표현행위를 일률 규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유신 시절인 1975년 3월 만들어진 국가모독죄는 내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그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 이익,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민주화 이듬해인 1988년 12월 여야 합의로 폐지된 바 있다.
1970년 등단한 양성우 시인은 1975년 시국기도회에서 ‘겨울공화국’이라는 시를 발표했다가 교사직에서 파면됐다.
이후 1977년 6월 일본잡지에 발표한 장시 ‘노예수첩’에서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라고 표현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국가모독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이후 1979년 건강악화로 가석방된 그는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국가모독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폐지 27년 만에 위헌 결정. 사진=폐지 27년 만에 위헌 결정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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