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임신’ 성폭행 혐의 기획사 대표, 다시 대법원 재판…“피해자 가족 심리적 트라우마”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지만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해 무죄 판결을 받은 방송인 겸 연예기획사 대표 A씨(46)가 결국 다시 대법원의 재판을 받게 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A씨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8부(이광만 부장판사)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이 사건을 2014년 11월 A씨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지 약 1년 만에 다시 심리하게 된 것. 대법원이 무죄 취지 판단을 번복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250개 여성사회인권단체는 19일 낮 12시 서초동 고등법원 앞에서 ‘연예기획사 대표에 의한 청소년 성폭력 사건 재판부에 무죄 판결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법적인 처벌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성폭력 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20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당시 15살 여중생이었던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진술보다는 가해자의 ‘우린 연인이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이번 판결을 규탄했다”며 “법이 진정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인지, 피해자의 경험이 제대로 들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나 접견 서신이 피해자 자의가 아닌 가해자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27살이나 많은 남자가 이 여중생을 진짜로 사랑했다면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와 가족들의 근황을 묻는 질문엔 “‘피해자 어머니께서는 이번 올해 진행된 파기 환송심에서는 뭔가 희망이 느껴졌었다’, ‘유죄판결을 받을 것 같았었다’, ‘이번 판결에 정말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피해 당사자는 지금 누구하고도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 이 소장은 “가해자와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는 상태에서 아직까지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끝으로 “가족 동의 하에 지금까지의 고통과 손해를 보상 받을 수 있는 민사소송이나, 이 판결이 헌법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했는지를 판단하는 위헌법률심판재청도 고려 중”이라며 “우리 사회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27살 나이 차이가 나는 남성이 15살 여중생을 성폭행하고도 또 임신 출산까지 시키고도 이게 사랑이었다’라고 말하는 이런 사회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연예기획사를 운영한 A씨는 2011년 15세이던 B양과 수차례 성관계를 하고 임신시켰다. 이후 B양은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 2심에서 징역 9년을 각각 선고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B양 진술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사랑하는 사이’라는 A씨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사건을 돌려받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달 16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다시 대법원 재판. 사진=다시 대법원 재판/동아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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