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로 수업받기 정말 힘들어요”
해운대구 위봉초 학생 100여명 피켓 들고 등하교 시간에 캠페인
“학교 주변 하천을 제발 살려주십시오.”
부산의 한 초등학교가 주변 하천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수년째 고통을 받고 있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한 학생들은 고사리 손에 피켓을 들고 직접 거리로 나섰다.
26일 부산 해운대구 위봉초등학교에 따르면 한 달 전부터 이 학교 4∼6학년 학생 수십 명이 매주 1, 2차례씩 학교 정문 앞에서 등하교 시간에 맞춰 하천 정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하천이 더러워서 우리가 힘들어도 괜찮나요’, ‘학교 앞 하천을 살려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어른들과 차량을 향해 자신들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전체 350여 명의 학생 중 4∼6학년 100여 명이 돌아가며 캠페인에 참가하고 있다. 전교회장인 장윤승 군(12)은 “등하교 때 학교 주변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 심하다. 바람이 세게 불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교실 안에서도 썩은 냄새가 난다”며 “지난달 말에 열린 전교 어린이회의 때 ‘우리가 직접 이 문제를 어른들께 알리자’는 의견이 나와 실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악취가 나는 곳은 학교 담장 밖에 흐르는 소하천인 신선천. 학교가 위치한 해운대구 반여동 일대 주택에서 쏟아지는 생활하수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유입되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하천은 장기간 오폐수로 오염돼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하다. 버려진 페트병, 비닐 등 생활쓰레기가 떠다니고 있다. 하지만 정기적인 환경정화 작업이나 악취 예방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 군은 “하천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어른도 있다”며 “우리가 직접 나서면 어른들이 심각하게 생각해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기대와는 달리 문제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2020년까지 해운대구 일대의 생활하수와 빗물을 나눠서 흘려보내는 오·우수 관거 분리사업을 단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사업비 300억 원 중 30%를 차지하는 국비 100억 원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내년에 예산이 편성돼도 공사는 내후년에나 가능하다.
임두희 교장은 “악취 때문에 간혹 헛구역질을 하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학생도 있다”며 “학부모들까지 나서 수년째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바뀌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임 교장은 언론과 지역 시민단체에까지 도움의 손길을 청하고 있다. 최근에는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을 만나 재차 도움을 요청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우선 하수 박스에서 복개 구간까지 집수정 형태의 하수관을 연결해 오수가 곧장 하천에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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