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준 사무총장 “기부단체 크려면 책임감부터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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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기부시대 열린다]기부금 회계공개 나선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
“시기상조라며 비난 시달렸지만 선의의 경쟁 유도해야 기부도 늘어”

“23년간 시민단체에서 일하며 이런저런 못 볼 일 많이 봤습니다. 특히 기부금을 갖고 야반도주하는 선배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비영리단체라면 가장 깨끗해야 하는데….”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51·사진)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한국가이드스타는 회계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단체다. 그는 오랜 기간 꿈꿔오던 국내 비영리단체의 회계정보 공개를 앞두고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준비과정은 ‘지루한 전쟁’이었다. 그는 비영리단체들로부터 “아직 시기상조”라는 비난에 줄곧 시달려야 했다.

10년 전 그는 기부단체가 성장하려면 책임감 있게 돈을 써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명성에 의존하는 ‘깜깜이’ 기부가 아니라 성과에 따라 비영리단체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벽은 높았다. 자발적으로 살림살이를 공개하겠다는 단체가 없을뿐더러 정부와 공무원들은 더더욱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힘들게 비영리단체 회계를 확인하고 공개해도 세금이 더 나오는 등 공공기관에 보탬이 될 것이 없다는 이유였다.

2008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광주의 한 사찰 주지 스님이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준 사건이 터지면서 비슷한 사례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박 사무총장은 곧바로 기획재정부를 찾아갔다. 국세청에 비영리단체들의 회계정보를 요청했고 오랜 설득 끝에 이를 받아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방법도 찾아냈다. 1997년 미국 국세청 자료를 모두 스캔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미국 가이드스타 측에 무작정 e메일을 보냈다. “한국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SOS’를 보낸 것이다. 비영리단체의 재정 명세를 클릭 한 번으로 샅샅이 보여주는 ‘도너비게이터(Donorvigator)’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는 “그동안 단체의 이미지나 홍보로 기부자들이 기부단체를 정했다면, 앞으로는 내실 있게 일 잘하는 풀뿌리 지역 단체들에도 많은 기회가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슷한 비영리단체가 난립하는 실태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 사무총장은 “누구나 회계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비영리단체들이 투명성 강화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이고, 그러면 우리의 기부문화는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박두준#사무총장#한국가이드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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