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의 즉각적인 눈빛, 태도 등도 중요한 요소인데 외국인 형사재판 심리가 정확히 이뤄지려면 동시통역이 돼야 합니다.”
1998년 ‘이태원 살인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주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이균용 부장판사(54·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당시 재판에서 에드워드 리 씨(36)에게 무죄 판결을 한 직후 법정 통역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부장판사는 ‘도쿄(東京)재판소의 외국인 형사사건 처리 매뉴얼-우리나라의 외국인 형사사건의 합리적 처리 방안의 모색’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외국인 사건을 다른 일반 사건과 구별해 사건의 접수 단계에서부터 보고제도 등을 통해 그 동향을 조기에 확실하게 파악하고 관련 예산이나 그 밖의 시책을 마련함으로써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형사용어 교육, 적정한 통역수당 지급 등 동시통역 수준으로 통역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본 법원의 노력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국제인권B규약(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비준하고 있는 이상 형사사법의 운용에서 그 취지를 살려야 한다”며 “충분한 수준의 법정 통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국제인권B규약에서는 법정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이해할 수 없거나 말할 수 없는 경우에는 무료로 통역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부장판사의 지적처럼 최근 외국인 형사사건 재판이 늘면서 법원 내부에서도 동시통역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재판장의 질문을 통역인이 피고인에게 전달하고 피고인이 답하면 다시 통역을 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실체적 진실 파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판사와 검사가 소송 절차에 관해 질문하고 답할 때 생략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이때 피고인에게 통역이 되지 않아 재판의 공정성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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