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전국에 반가운 가을비가 내렸다. 그러나 올해 중부 지역에 지속되고 있는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강원도는 충청에 비해 사정이 그나마 양호하지만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내년에도 식수 및 농업용수 부족 현상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8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영동 지역 강수량은 265.6mm로 평년(601.1mm)의 44%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서 지역도 159.8mm로 평년(500.4mm) 대비 32%에 불과했다. 당분간 큰비 소식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강원도 내 시군들은 선제적 가뭄 대책에 적극 나섰다. 속초시는 주 취수원인 쌍천과 용촌천이 마르면서 제한 급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속초시는 쌍천의 수위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한편 설악동 지역에서 비상 취수원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기상 상황에 따른 단계별 원수 확보 및 고지대 급수 불량 지역에 대한 운반 급수 계획 등을 수립했다.
김호정 속초시상수도사업소 주무관은 “아직은 제한 급수를 걱정할 만한 상황이 아니지만 가을 가뭄이 장기화되면 상수원 부족이 우려된다”며 “시민들이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껴 쓰는 생활을 습관화해 절수 운동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현재 추진 중인 관정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해 연말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시는 6억6000만 원을 들여 6월부터 132곳에서 관정 개발을 시작해 현재 85곳의 개발을 마쳤다. 연말까지 나머지 47곳의 관정 개발을 마치고 내년에는 소형 관정 50곳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또 5000만 원을 들여 양수기 50대를 추가 구입해 이달까지 읍면에 공급하기로 했으며 서면 덕두원1리 주산마을 등 만성적인 식수난을 겪는 14개 마을에서 진행 중인 대체 수원 개발 공사도 다음 달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평창군은 지난달 5000만 원을 투입해 대화면 상안미4리, 평창읍 대하리에서 지하수 관정을 개발했다. 비상 급수 상황이 발생하는 산간 오지 마을에는 군이 확보한 생수를 공급하기로 했고 평창소방서와 비상 급수를 위한 협조 체제를 구축했다.
화천군도 9억 원을 들여 관정 개발, 가물막이 개발, 용배수로 토사 준설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고랭지 채소 단지의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세트당 1000만 원짜리 관수 장비를 10곳에 공급하고 읍면이 보유 중인 양수기 100여 대를 수리 점검할 예정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가뭄 취약 지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 사업을 추진해 주민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물 부족 현상에 대한 항구적인 대비책도 준비해 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뭄으로 빙어축제를 열지 못했던 인제군은 올해도 가뭄이 지속되자 축제 장소를 변경하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빙어축제는 소양강 상류인 인제대교 주변에서 열렸지만 지난해 가뭄으로 수위가 급감해 축제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인제군은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소양호 부평지구 하천정비사업의 하나로 상류에 건설한 ‘부평보’를 활용하기로 했다. 높이 12m, 길이 220m의 부평보에 물을 가두고 얼음을 얼리면 70만 m² 규모의 얼음판이 생겨 축제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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