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측은 직선제 즉각 시행하라”… 경상대교수회, 천막농성 벌여
충남대 등 일부 대학도 갈등 불거져
국립대 총장 직선제를 둘러싸고 일부 대학에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직선제 전환 국립대로는 처음으로 총장 선거를 치를 예정인 부산대에선 본격적인 선거 일정이 시작됐다.
경남의 거점국립대인 경상대 교수회(회장 안성진)는 23일부터 대학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8일 전체 교수 투표를 통해 총장 직선제를 결의했으나 대학본부가 선거를 위한 ‘총장직선제 규정 및 시행세칙’의 심의를 미룬다는 이유에서다. 교수 투표에서는 681명 중 571명이 찬성했다. 교수회는 14일 교수평의원회를 거쳐 대학본부에 ‘21일까지 규정 심의를 마쳐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학본부는 아직 심의를 끝내지 않았고 앞으로의 일정도 내놓지 않았다. 대학 측은 “총장 선출과 관련된 규정을 꼼꼼하게 살피고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모든 교수를 대상으로 규정에 관한 의견을 모은 뒤 학사운영위원회와 법제심의위원회, 학무회의에서 구체적인 심의를 할 예정이어서 일정을 못 박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교수회는 대학본부가 심의를 끝내고 대학 전체의 의사결정 기구인 대학평의원회 상정을 결정할 때까지 교수 3, 4명이 번갈아가며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안 회장은 “교수들이 압도적으로 찬성한 총장 직선제를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며 “대학본부는 현 총장 임기가 끝나기 전 선거가 치러지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권순기 경상대 총장 임기는 12월 15일까지다. 그 이전에 차기 총장 후보 선거를 마치려면 늦어도 다음 달 4일까지는 대학본부가 심의를 끝내야 한다.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할 예정이다. 현재 권 총장을 비롯해 공대 마대영, 자연대 이상경, 인문대 이영석, 의대 한종우 교수 등 4, 5명이 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경상대는 선거로 총장을 뽑기 시작한 이후 9대인 권 총장 이전까지 ‘단임(單任)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부산대는 다음 달 17일 직선으로 제20대 총장을 뽑는다. 2012년 학칙 변경을 거쳐 총장 직선제를 폐지했던 부산대는 8월 17일 고 고현철 교수(54·국어국문학과)의 투신을 계기로 대학본부와 교수회가 총장 직선제에 합의했다. 전국 39개 국립대 중 가장 먼저 직선제로 돌아선 것. 이 사건 이후 간선제를 추진하던 김기섭 총장이 물러났다.
그러나 선거 방식을 둘러싸고 재차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부산대 교수회는 대학본부 규정심의회를 통과한 선정규정안을 놓고 19일부터 나흘간 투표를 했다. 김재호 부산대 교수회장은 벌칙 조항 등의 보완을 요구하며 반발했지만 원안대로 가결되자 사퇴했다.
부산대는 22일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과 시행세칙을 공포한 데 이어 26일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금정구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를 맡겼다. 출마자들은 다음 달 4일부터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 전체 교수를 포함해 교수 인원 대비 직원 11%, 학생과 조교 각 2% 비율로 투표에 참가한다.
부산대는 김 전 총장 사직서가 수리된 날부터 60일 이내인 12월 9일까지 총장 후보자를 선출해 교육부에 추천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해양대 충남대 경상대 강원대 등 교수 의결로 총장 직선제를 채택한 국립대 가운데 충남대 등 일부에서는 교수회와 대학본부의 견해차로 갈등을 겪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