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짜 증도가자’ 입수 경위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9일 03시 00분


청주 고인쇄박물관 내사 착수

충북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른바 ‘증도가자(證道歌字·고려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인쇄한 금속활자)’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가짜로 판명된 것과 관련해 경찰이 28일 증도가자 조작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수사관 2명을 고인쇄박물관으로 보내 박물관 측이 증도가자를 입수한 경위 등을 조사했다. 고인쇄박물관 관계자는 “이 수사관들이 가짜로 판명된 증도가자를 박물관이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해 보관하고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밝혔다. 이 증도가자가 진품이라며 박물관 측에 넘긴 경북대 산학협력단 측은 출처에 대해 아직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증도가자의 입수 경로는 의문에 싸여 있다.

○ 금속활자 복원 사업 중에 입수

청주시와 고인쇄박물관은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의 고장임을 알리기 위해 2007∼2010년 ‘조선왕실 주조 금속활자 복원 사업’을 벌였다. 여기에는 경북대 산학협력단과 청주대 한국문화연구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연구실 등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2007년 초주갑인자(제작연도 1434년) 등 조선 왕실에서 사용했던 금속활자 10종 복원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모두 44종을 복원했다.

증도가자는 이 과정에서 고인쇄박물관에 들어왔다. 연구를 수행한 경북대 산학협력단이 2010년 8월경 자료 구입비로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투입된 사업비는 총 4억 원(국비 2억 원, 지방비 2억 원)이었으며 증도가자 구입에는 8630만 원이 들었다. 경북대 산학협력단을 이끈 서지학자인 남권희 교수는 여전히 이 증도가자가 진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이 끝난 뒤 고인쇄박물관은 연구용역 결과물로 증도가자를 경북대 산학협력단에서 넘겨받았다. 인수 과정에서 진위 검증은 없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고, 경북대 측에서 진짜 증도가자라고 해서 받았다”며 “이번에 국과수에서 가짜라는 판명이 나면서 우리도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 베일에 가려진 증도가자 출처


증도가자를 누구한테서 구입했는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고인쇄박물관 측은 경북대가 증도가자 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금속활자 전문가 3명에게 감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들이 누구인지와 어떻게 가격 산정을 했는지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경북대 산학협력단 측에서 누구에게 구입했고, 왜 그 가격을 책정해 구입했는지에 대해 아무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박물관 소장 증도가자의 출처를 놓고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가 소장한 것과 같다는 설과 각자 다른 개인 소장자에게서 구입했다는 설이 엇갈리고 있다. 다보성고미술 측이 보유하고 있는 증도가자 중 10점이 진품이라고 했던 남 교수는 2010년 9월 기자회견 당시 “소장자(김 대표)로부터 일본인이 개성에서 일본으로 가져간 것이라고 들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서 출토됐다가 일본으로 반출된 것을 누군가가 되찾아왔다는 얘기다.

청주=장기우 straw825@donga.com·김호경 기자
#경찰#증도가자#고인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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