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포획이 금지된 밍크고래를 잡아 전문 식당에 팔아넘긴 혐의(수산업법 위반) 선주 박모 씨(57) 등 10명을 구속하고 도매상 박모 씨(48) 등 3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3명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올해 6~8월 포항 울진 등 동해안에서 연안자망(걸그물)어선 5척을 이용해 밍크고래 24마리를 잡아 부산 울산 등에 있는 고래고기 식당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2척은 선단으로 움직였고 나머지는 따로 다녔다. 잡은 고래는 1마리(몸길이 7~9m·무게 400~700㎏)당 평균 도매가 2000만 원, 소매가는 4000만 원에 거래했다. 식당 10여 곳은 손님에게 고래고기를 판매해 1마리에 평균 8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밍크고래 24마리 전체 가격은 식당 판매가 기준으로 19억 원이 넘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해경 검문소가 없거나 인적이 드문 작은 항구를 거점으로 활동했다. 해상에서 고래를 잡으면 부위별로 해체해 마리당 자루 40~50개에 나눠 담은 뒤 육지에서 약 40㎞ 정도 떨어진 바다에 부표를 달아 띄웠다.
이어 운반책은 브로커로부터 부표 위치를 파악해 새벽에 소형 어선이나 고무보트로 자루를 옮겨 실었다. 항구에선 대포차량을 미리 대기시켜 놓고 어선에서 고래 자루를 넘겨받아 곧바로 냉동 창고로 이동했다. 포획부터 차량에 옮길 때까지 걸린 시간은 보통 4, 5시간 정도였다. 박 씨 등은 선주와 선장, 브로커, 운반책, 도매상으로 나눠 치밀하게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금은 선주 30%, 선장 15%, 포수 15%, 선원 10% 비율로 배분했다. 상당수가 10년 이상 어업 경력을 갖췄으며 일부는 전과가 있는데도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범행에 가담한 식당들은 불법 포획한 고래인 줄 알면서도 찾는 손님이 많다는 이유로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연히 그물에 걸려 잡히는 고래보다 신선하기 때문에 고기 맛이 좋다는 소문도 작용했다.
경찰은 고래 불법 포획 일당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래축제 등의 행사에도 유통됐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2개월여 동안 적발한 일당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포항 울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포획 어선과 도매상 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단속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986년부터 국제포경규제협약에 따라 상업 목적으로 고래를 잡지 못한다. 이를 어기면 수산업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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