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나면 수임 어려워지는데도 서울중앙지법 파산-회생신청 13건
경기침체에 로스쿨 출신 경쟁 겹쳐… “사무실 개업 3년차에 빚만 4억”
광고 영상 사업을 하던 A 씨는 사업을 접고 서울 소재 명문 로스쿨에 들어가 2013년 변호사로 변신했다. 하지만 개업 3년이 채 안 돼 개업할 때 쓴 비용과 영업 부진 등으로 4억200만 원의 빚을 지고 서울중앙지법에서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3년 차 변호사인 그는 월평균 299만 원을 벌고 있다고 법원에 신고했다.
고소득 전문직으로 알려진 변호사가 거액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거나 회생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민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상당수 변호사가 고소득을 올리지만 지난해 서울지역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 건수(본안사건 기준)는 1.9건으로 떨어지는 등 변호사 업계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9일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변호사 파산이나 회생 신청 사건은 13건에 이른다. 과거에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도 변호사는 파산·회생 신청을 극도로 꺼렸다. 주변 시선도 부담스럽지만 소문이 나면 사건 수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데다 로스쿨과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가 동시에 쏟아지면서 몇 년 새 변호사의 파산이나 회생 신청 사건이 부쩍 늘었다. 회생 절차 개시가 이뤄져 회생 절차를 밟다가도 빚을 제때 갚지 못해 결국 파산 선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변호사법상 파산 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을 경우 변호사 활동을 하지 못한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개인회생이나 일반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변호사는 현재 7명이다. 주로 경력 5년 차 이하의 변호사들이 서울 지역에 사무실을 개업해 운영하다 임차료, 직원 월급 등을 감당하지 못해 뒤늦게 수억 원의 빚을 지고 법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서울 서초동의 한 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소속 변호사 10명 중 3명이 적자를 냈다”며 “직원 월급 등을 줘야 할 때 100만∼300만 원을 서로 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고문 변호사로 일하던 B 변호사는 고문변호사직을 잃고 난 뒤 수입이 급감했다. 이후 인터넷 쇼핑몰 사업 등에 뛰어들었다가 사업 부진으로 10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법원에 일반회생을 신청했다. 일반회생은 개인회생과 달리 거액의 빚(담보는 10억 원 이상, 무담보는 5억 원 이상)을 진 사람이 이용하는 제도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친척의 사업에 투자하고 보증을 섰다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파산 신청을 한 변호사도 있었다. 또 지인이 하는 사업에 보증을 섰다 잘못돼 채권자가 수십억 원을 달라고 독촉하며 파산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 파산 선고가 변호사 활동에 결격 사유가 된다는 점을 이용해 채무자인 변호사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반회생을 신청한 1518명 가운데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는 10명 중 4명가량(39%)인 593명이나 됐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전문직 종사자가 회생 등을 신청하는 것도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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