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포스코를 정준양에”… 2008년 박태준 면전서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3시 00분


측근과 기획법인 차려 26억 챙겨

“재벌도 3대가 지나면 창업주가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제는 포스코를 박태준 회장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2009년 포스코그룹 회장 인사를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80·사진)은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측근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시 이 전 의원 등 실세 정치인의 포스코 인사개입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의 하나로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파악한 내용이다.

29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2008년 말 박 전 명예회장을 직접 만나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의 회장 선임을 요구했다. 당시 박 전 명예회장은 공개적으로 “앞으로 윤석만 포스코 사장이 대무(大務·중요한 업무)를 수행할 거다”라며 윤 사장에게 힘을 실어준 상황이었다. 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정 전 회장, 윤 전 사장을 만나 사실상 회장 후보자들의 ‘면접’을 봤다. 이어 박 전 명예회장까지 만나 이구택 당시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고 정 전 회장 지지를 압박했다. 당시 박 전 차관은 대통령 기획조정비서관을 그만두고 공직을 맡지 않고 있을 때였다. 이 회장은 결국 사임한 뒤 정 전 회장을 지지했고, 포스코 이사회는 2009년 2월 정 전 회장을 단독 회장 후보로 선정하기에 이른다.

이후 이 전 의원과 측근들은 ‘티엠테크’를 비롯한 기획법인을 세우고 기존 외주업체가 맡고 있던 용역을 반강제적으로 떼어내 이권을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측근들에게 “내가 지금까지 (국회의원) 5선을 하면서 포스코에 부탁을 한 적이 없다” “지인의 딸이 어렵다고 하니 포스코에 알아봐라” “고종사촌이 약값도 없고 그러니 같이 좀 도와주라”고 했다는 것. 측근들은 포스코 측에 각종 민원사항을 전달했고, 이 전 의원은 총 26억 원의 경제적 이득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불구속 기소됐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상득#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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