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8개 초등교 앨범제작 지원… 장래 희망직업 일목요연하게 그려
교내서 캐리커처 작품 전시회도
‘UFO(미확인 비행물체) 개발자, 대체에너지 연구원, 조선 엔지니어, 네일 아티스트, 아이언맨….’
부천 지역 초등학교 졸업 예정자들이 꿈꾸는 미래 직업은 다양하고 구체적이었다. 부천시 지원으로 초등학교 졸업앨범이 학생들의 장래 희망을 담은 캐리커처를 곁들여 만들어지고 있다. 이 ‘만화졸업앨범’을 제작 중인 학교는 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상원초 상인초 부곡초 신도초 역곡초 부천초 범박초 창영초 등 8개교다. 5월부터 학생 사진 촬영, 작가와의 인터뷰, 캐리커처 작업이 진행됐고 조만간 앨범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역곡초 6학년 졸업예정자 120명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입주 만화작가인 안중걸 씨를 통해 만화 세상을 새로 접했다. 안 씨는 먼저 학교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 주제의 특강을 한 뒤 올 7월 교내 연구실에서 학생 얼굴을 직접 그렸다. 학생 한 명당 최소 5분 이상의 시간을 내 캐리커처를 그려야 했기 때문에 그림 작업에만 4일 이상 걸렸다.
방금자 역곡초 교사는 “웹툰에 관심이 많은 초등생들이 만화작가를 직접 만나고 자신의 얼굴까지 그려주니 큰 감동을 받았다. 만화가 꿈을 가진 학생들의 진로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 학교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번 주말까지 2주간 2층 복도에서 안 작가가 그린 졸업생 캐리커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작품에 조명까지 비춰주자 학생들은 “마치 내 전시회를 마련한 것 같다”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런 졸업앨범을 만들려면 최소 1명 이상의 만화가를 학교에 파견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부천시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입주한 500명가량의 작가 중 만화앨범 제작 참여를 신청한 사람들의 프로필을 각 학교에 보냈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정한 작가는 학생 인터뷰를 한 뒤 앨범에 들어갈 개인 및 단체 캐리커처를 그려 왔다.
작가들은 학생들이 너무 많다 보니 분할기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장래 소방관을 희망한 학생의 얼굴과 몸 특징을 분할해 그린 뒤 소방관 소품을 결합해 멋진 ‘초등생 소방관’ 캐리커처를 탄생시키는 방식이다.
2년째 만화앨범 제작에 참여한 정창규 작가는 상인초와 부천초 2개 교에 다니는 300명가량의 졸업예정자 캐리커처를 맡았다. 보조 작가 1명과 함께 학생과의 일대일 면접을 한 뒤 사진촬영과 그림 작업을 모두 마쳤는데 캐리커처를 완성할 때까지 학생당 3, 4시간씩 투자했다는 것.
정 작가는 “학급별로 해저, 우주, 정글 등 주제탐험을 한 사진을 단체 캐리커처로 그리고 있으며, 이들 그림이 각자의 희망 직업을 넣은 개별 캐리커처와 조화를 이루도록 앨범을 구성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이 나중에 커서 이 앨범을 보면 희망했던 직업과 비교할 수도 있고 기존 앨범과 달리 좋은 추억거리를 갖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존 앨범처럼 개인 증명사진도 있지만 다양한 캐리커처를 추가하기 때문에 만화앨범 두께가 기존의 1.5배 이상에 이른다고 한다.
만화앨범은 학교와 선정 작가와의 협의를 통한 편집 작업을 거쳐야만 최종 완성된다. 부천시 관계자는 “이런 앨범을 제작하려면 학생 1명이 2만 원꼴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런 부담 없이 만화도시 부천의 특징을 살려 만화졸업앨범을 널리 보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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