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항 ‘선박 급유산업’이 불안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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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비싸고 급유량도 부정확”… 외국 선박들 부산항 입항 외면
선박 급유량 싱가포르의 25% 불과

부산항의 ‘선박 급유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선박 급유업은 항만 안에서 선박용 연료유를 적재한 배가 정박 중인 배에 연료유를 공급하는 것으로 항만의 경쟁력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부산항은 갈수록 외국 선박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2일 부산발전연구원의 ‘부산항 선박급유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항 안에서 거래된 선박 급유량은 2012년 937만165t으로 같은 기간 싱가포르항(4085만2700t)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는 점이다. 2006년 부산항은 1116만4339t이 거래돼 당시 싱가포르항(2837만9000t)의 절반 수준이었다. 2007∼2009년 부산항이 1036만6348t, 991만4472t, 899만1636t으로 하락세를 걷는 동안 싱가포르항은 3154만5900t, 3493만6400t, 3638만6800t으로 성장하고 있다. 부산항에 급유를 목적으로 입항하는 선박도 2010년 4271척에서 2013년 3445척, 2014년 3171척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류 가격과 낮은 서비스 품질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부산항의 ‘선박 운항 시 주사용 유류(IFO380)’ 가격은 싱가포르항보다 t당 30달러, 홍콩보다 10달러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미주 노선을 이용하는 외국 선박은 2004년 전체의 52.1%가 부산항에서 급유를 했지만 2014년에는 18.5%로 뚝 떨어졌다.

부정확한 급유량도 부산항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 선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3.5%가 불만족 사항 중 1위는 ‘부정확한 급유량’이라고 답했다. 이어 높은 유류 가격(30.4%), 낮은 급유서비스(17.4%)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대 김길수 교수(해사수송과학)는 “선박 급유업은 선용품 시장과 더불어 항만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산업”이라며 “부산항이 세계적인 항만이 되려면 선박급유 시스템 정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항만업계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정유사가 대리점(용역사)을 거쳐 급유선 업체와 거래하는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급유선선주협회 측은 “각 정유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용역사가 중간에서 불필요한 마진을 취하기 때문에 급유선 업체에 영향을 미치고 서비스도 나빠진다”며 “싱가포르 등 타 국제항에선 이미 사라진 기형적 형태”라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도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알고 있지만 대형 정유사의 입장만 고려해 제도 개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선박급유업체들은 9월 말 파업을 선언해 부산항 물류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급유선선주협회 측은 “20여 년째 묶여 있는 낮은 운송료 때문에 전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죽했으면 공급한 뒤 일부 남은 기름을 팔아 운영비로 충당하다가 범법자로 몰린 업체도 있다”고 토로했다. 3월에는 업체 2곳이 적발되기도 했다.

협회 측은 “운송료가 338% 인상돼야 채산성이 있다”는 연구용역에 따라 정유사 측에 이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유사 측이 대리점과 논의하겠다며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자 파업을 선언한 것. 협회는 지난달 초 부산해양수산청, 한국급유선선주협회, 정유사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긴급회의에서 10월 20%, 내년 3월 20%의 운송료 인상안이 마련되자 일단 파업은 철회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대리점이 낀 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든 위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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