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迷路) 같았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남성은 손님을 한번에 목적지로 데리고 가지 않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돌고 돌아 주민들이 생활하는 오피스텔 건물로 안내했다. 아이들에게 먹일 치킨을 사들고 귀가하는 한 아버지와 나란히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함께 타지는 않았다. 주민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남성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스탠바이(대기)”라고 말하며 7층 버튼을 눌렀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20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는 버젓이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호객꾼은 “한국 애들 몸값이 비싸져 싱가포르 애들 데리고 장사하고 있다”며 “한 타임(1시간)에 15만 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피스텔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절대 경찰이 단속할 수 없다”며 “단속반이 뜨면 다 아는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손님을 안심시켰다.
‘은밀한 성매매’는 옛말이었다. 일산 일대에서 가장 번화한 서울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인근 ‘웨스턴 돔’ 상권은 각종 성매매를 광고하는 전단으로 도배돼 있었다. 일산동구청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둘러싸여 있는 가로세로 500여 m의 상권은 유흥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오피스텔 등 주거용 건물도 곳곳에 있지만 이곳은 어디를 가도 성매매 전단이 낙엽처럼 밟혔다.
전단은 건물 외벽부터 길바닥, 화장실, 은행 현금입출금기 등까지 점령했다. 시선을 아무리 돌려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화장실 곳곳에는 용변을 보려는 사람 시선 높이에 역삼각형, 십자가 모양으로 이어 붙여 멋을 낸 전단으로 가득했다. 이 일대 건물 화장실에 붙어 있는 전단만 1300여 장이었다. 건물 외부까지 합하면 수천 장에 이른다. 내용은 노골적인 성매매 광고였다. 단속은 신경 쓰지 않았다. 눈에 잘 띄는 주황, 노랑, 형광색 바탕에 ‘백마의 향연, 입싸방, 노브라’ 등 적나라한 문구로 성매매 종류와 가격, 호객꾼의 연락처를 적어 사람들을 유혹했다.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본보 취재진이 직접 일산동구청과 일산경찰서에 신고를 했지만 아무 조치도 없었다. 구청 관계자는 “옥외광고물관리법에 따라 건물 밖 홍보물은 규제가 가능하지만 건물 내부 전단은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알선 혐의를 적용하면 업자들을 단속할 수 있다”면서도 “일반 시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성매매 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단속이 이뤄지는 줄 아는데 현장에서 증거를 찾지 못하면 수사로 넘어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시민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근처 회사에 다니는 이모 씨(44)는 “학생들도 많이 오가는 곳인데 대놓고 ‘입싸방’이라 쓴 전단을 보기 민망해 직접 다 떼버린 적도 있다”며 “근처에서 외식을 하고 같이 화장실을 찾은 중학생 아들이 ‘아빠 핸드플레이가 뭐야?’라고 물어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코앞에 있는 구청은 뭐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건물 관리인 한모 씨(73)는 “(전단이 나붙기 시작한 지) 최소 5년은 됐지만 아무리 구청에 신고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속수무책이다”라며 “성매매 전단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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