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명품 ‘괘씸죄’… 소비세 인하 원위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4일 03시 00분


“세금 깎아줬는데도 가격 내리긴커녕 올려?”
가방-시계등 5개품목 과세기준 환원… 값 내린 보석·귀금속-모피는 제외

11월 3일자 B1면.
11월 3일자 B1면.
소비자가 구입할 때 20%의 개별소비세(소비세)를 면제해 주는 고가 가방, 시계 등의 가격 기준선을 정부가 ‘500만 원 이하’에서 ‘200만 원 이하’로 내리기로 했다.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며 이 기준을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올린 지 두 달여 만이다. 이른바 ‘명품’에 붙는 소비세를 깎아줬지만 명품업체들이 가격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올렸다는 동아일보 등의 지적에 따라 과세 기준을 원상 복구한 것이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3일 “줄어든 세금 부담만큼 최종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길 원했지만 의도된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소비세 과세 기준을 원래대로 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비세 과세 대상인 7개 품목 중 가방, 시계, 사진기, 융단, 가구 등 5개 품목의 과세 기준 가격을 8월 27일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기로 했다. 다만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난 ‘보석·귀금속’, ‘모피’ 등 2개 품목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이 7개 품목은 공장 출고 가격이나 수입신고 가격을 기준으로 기준 가격을 초과하는 금액에 20%의 소비세가 붙는다. 앞서 정부는 8월 27일 ‘소비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소비세 면제 기준을 고가 가구는 개당 ‘500만 원 이하’에서 ‘1000만 원 이하’로, 가구를 제외한 6개 품목은 개당 200만 원 이하에서 500만 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세금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제품 가격을 낮춰 소비를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실제 수입신고 가격이 300만 원인 명품 가방의 경우 과거에는 기준선인 2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100만 원)에 대해 업체가 20%의 소비세(20만 원)를 내야 했지만 500만 원으로 기준선이 올라가면서 세금을 면제받았다. 여기에 소비세의 30%인 교육세와 그 교육세, 소비세를 합한 금액의 10%인 부가가치세까지 내지 않게 됐다.

하지만 명품업체들은 정부의 기대와 달리 가격을 인상하는 ‘배짱영업’을 했다. 크리스티앙디오르는 지난달 말 대표 제품인 ‘레이디 디오르’의 가격을 480만 원에서 510만 원으로 올렸다. 프라다의 ‘사피아노 BN1801’은 올 초만 해도 230만 원이었으나 3월 242만 원(5.2%)으로 올랐고 현재는 279만 원(15%)에 판매되고 있다. 명품업체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한 해 두세 차례에 걸쳐 5∼10%씩 가격을 올려 왔다. 올해 소비세를 줄여준 이후에도 이런 관행을 지속한 것이다.

정부 역시 정밀하게 정책효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설익은 방안을 내놓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고가 정책을 펴는 명품업체들의 영업전략을 고려하지 않고 세금을 인하해 소비 진작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명품업체들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한국 고객은 가격이 올라도 여전히 명품을 찾는 사람이 많다”며 “그런 상황에서 세금을 깎아 준다고 업체들이 가격을 낮출 것이라 기대한 것은 순진한 발상이었다”고 비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박선희 기자
#소비세#세금#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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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추천 많은 댓글

  • 2015-11-04 05:49:00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등등... 한국의 허영병이 든 여성들을 노리는 외국 브랜드들의 상술도 역겹지만, 명품이란 이름 뒤에 꼽사리 껴서 갖은 농간을 부려대는 수입상이나 백화점이 더 얄밉다. 소비세를 환우너한것에 그치지 말고 특별소비세 를 꼭 부활시켜야 한다.

  • 2015-11-04 09:30:46

    차라리 더 올려라

  • 2015-11-04 05:55:35

    미친 소비 그런돈으로 기부좀 해라 취미생활도 즐기고 비싼물건 사서 물건 노예생활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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