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1년 늦어 회복불능 손해” vs “주관적 ‘대학 서열’ 인정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5일 03시 00분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출제오류 사태 2년… 수험생-평가원 여전히 날선 공방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 오류 사태가 빚어진 지 2년. 출제 오류로 피해를 본 당시 수험생들은 “잃어버린 1년을 보상하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등 지금까지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2년 연속 수능 정답 오류가 반복되자 교육부는 다양한 개선 노력을 했는데, 올해 수능에서 얼마나 효과를 볼지도 관심이다.

○ 출제 오류 2년, 소송은 진행 중

출제 오류로 피해를 본 100명의 수험생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수험생 측과 평가원·국가 측은 배상책임 인정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소송은 수능 출제 오류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첫 사례인 데다 정답 정정으로 점수가 바뀐 수험생이 1만8884명이나 돼 재판 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2013년 11월 수능 이후 소송을 거쳐 거의 1년이 지난 이듬해 10월에야 문항의 오류가 인정됐고, 이에 따라 성적 정정과 대학 추가합격자가 발표됐다. 하지만 수험생 100명은 1년 늦은 성적 정정으로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다. 소송에 참가한 수험생들은 △추가합격해 1학년 신입생으로 입학(22명) △추가합격 후 2학년으로 편입(9명) △추가합격했지만 입학 포기(11명) △추가합격 비대상자(58명) 등 상황은 다양하다. 이들은 1년간 쓴 대학등록금, 재수학원비, 사회 진출이 1년 늦어진 것에 대한 수입 손실, 정신적 위자료 등으로 각각 1500만∼600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사상 초유의 소송이어서 국가가 배상 책임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배상해야 하는지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거나 등급이 떨어져 ‘하향 지원’한 경우 배상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수험생 측 법률 대리인 김현철 변호사는 “구제책이 1년이나 뒤늦게 시행돼 수험생들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보게 됐다”며 “수험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기를 원하는 것과 대학에 따라 취직 등에 유불리가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과 국가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지평은 “주관적이고 가변적인 선호도로 대학 서열을 매기고, ‘서열이 높은 대학’ 입학이 과연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이익인지 의문”이라며 법적으로 배상이 필요한 정신적 고통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출제와 정답 정정 과정에서 평가원 측의 잘못이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수험생 측은 “출제 과정에서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무시됐다”며 “수능 이후 성적통지 전까지 구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1년이나 지나 조치를 해 피해가 발생한 것은 평가원 측의 귀책사유”라고 주장했다. 반면 평가원 측은 “구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배상 책임을 지울 만큼 고의나 과실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항의 오류에 대해서도 수험생 측은 행정소송에서 명쾌하게 오류로 결론이 났다는 입장이지만 평가원 측은 하자가 없거나 있어도 매우 경미하고 비본질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 수능 개선책 효과 나타날까

2014학년도에 이어 2015학년도에도 출제오류가 반복되고 ‘사상 최악의 물 수능(쉬운 수능)’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수능이 올해 얼마나 달라질지도 주목할 점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수능이 치러진 뒤 수능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이 일자 ‘수능시험 개선 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12월에는 교사, 학부모, 법조인, 언론인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도 구성했다. 이 두 기구를 통해 출제 오류를 예방하고 수능 난이도를 안정화시킬 방안을 올해 3월까지 마련해 6월 모의평가부터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3월에 발표된 개선 시안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탐구영역과 제2외국어(한문 포함) 출제기간이 기존보다 이틀씩 늘어나고,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출제인원이 1, 2명 늘어난 점 정도가 눈에 띌 뿐 나머지는 이전에 나왔던 대책들의 재탕이거나 “검토를 강화하겠다”는 식의 추상적인 대책에 그쳤다. 4월에 발표된 최종 개선안은 장기적으로 출제 인력과 교사 참여비율을 늘리고 검토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당장 올해 치러질 2016학년도 수능에서 어떻게 출제 오류를 막고 난이도를 안정시킬지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수능 난이도 역시 여전히 종잡을 수 없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과 같은 수준으로 출제하겠다”고 밝혀왔지만 6, 9월에 치러진 모의평가 결과를 보면 교육부의 공언이 무색해진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A 만점자는 응시생의 1.37%였지만 올해 6월 모평에서는 1.91%로 늘고, 9월 모평에서는 6.12%로 확 증가했다. 만점자 비율이 1등급 비율기준(4%)을 넘겨버린 것. 수학B와 영어도 9월 모평에서 만점자 비율이 각각 4.11%, 4.64%로 1등급 기준선을 훌쩍 넘겼다. 이 때문에 입시업체와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심한 물 수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덕영 firedy@donga.com·이은택 기자 
#세계지리#수능#출제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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