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소방본부 3자 통역시스템 도입… 11개 언어 자원봉사자 44명 참여
SOS 요청 외국인 신속 구조 도와
2일 오후 7시 9분 광주 동구의 한 대학 기숙사 입구. 중국인 유학생 A 씨(21·여)가 복통으로 배를 움켜잡고 119에 도움을 청했다. 119 전화를 접수한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상황실은 중국어 자원봉사자인 오금단 씨(25·여)에게 통역을 요청했다.
외국인이 주변의 도움 없이 홀로 119에 구조를 요청할 경우 언어장벽으로 자신의 위치나 상태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구급차 도착이 늦어져 구조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이 있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19 외국어 3자 통역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통역은 11개 언어 자원봉사자 44명이 참여하고 있다. 올 3월부터 활동하고 있는 오 씨는 통역 자원봉사자 44명 가운데 1명이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는 구급차를 출동시키는 한편 오 씨를 통해 A 씨의 상태, 위치를 파악했다. 구급차는 오 씨의 통역 덕분에 A 씨를 10분 만에 찾아내 병원으로 이송했다. A 씨는 이후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오후 1시 39분 광주시 소방안전본부에 ‘헬프 미’라며 애타는 영어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건 B 씨는 “임신 6개월째인 아내(28)가 욕실에서 넘어져 다쳤다”고 외쳤다. B 씨의 긴박한 목소리에 광주시 소방안전본부는 영어 통역 자원봉사자인 광주 서부소방서 황춘희 소방장(52·여)과 3자 통화를 했다.
B 씨는 황 소방장에게 ‘아내가 아파 울고 있다’며 원룸 명칭을 알려줬으나 주소 검색이 되지 않았다. B 씨는 신구 주소 명칭을 섞어 설명해 위치 파악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황 소방장은 B 씨에게 휴대전화로 원룸 주소를 찍어 전송해 달라는 재치를 발휘했다. 구급대원 3명은 B 씨가 찍어 전송한 원룸 주소를 보고 9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그의 부인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국땅에서 절박한 상황에 놓였던 B 씨 부부에게 119 외국어 3자 통역은 생명선이 됐다. B 씨 부부에게 도움을 준 황 소방장은 2006년부터 통역봉사로 외국인 100여 명을 구했다. 황 소방장은 “3자 통역봉사는 새벽에 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조를 요청하는 외국인 위치를 파악할 때는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다.
외국인 137만 명 시대를 맞아 구조를 요청하는 외국 환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국 외국인 구급활동 건수는 2012년 4970건, 2013년 9856건, 지난해 1만 3174건이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외국인 혼자 119에 도움을 요청해 위치 파악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가 올 1월부터 11월 4일까지 119 외국어 3자 통역으로 외국인 환자 위치, 상태를 파악해 구조한 건수가 69건이라고 5일 밝혔다. 119 외국어 3자 통역 구조건수가 2012년 20건, 2013년 17건, 지난해 10건인 것으로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는 통역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나 홀로’ 외국인들을 신속히 구조하고 있다. 반면 전남도 소방본부는 전국 봉사단체 전화 연결로 3자 통역을 하고 있지만 간혹 시간이 지체되는 단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한 관계자는 “올해 119 외국어 3자 통역이 급증한 것은 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의 영향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외국인이 홀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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