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명품 가방과 시계 등에 깎아줬던 개별소비세를 원상 복구했지만 샤넬, 에르메스, 카르티에, 반클리프 아펠 등 해외 명품 보석 업체들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가야 할 혜택을 가로채며 ‘어부지리’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개별소비세 원상 복구 항목에서 귀금속과 모피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고가(高價)의 명품 보석을 판매하는 샤넬, 에르메스, 카르티에, 반클리프 아펠, 쇼파드, 피아제 등 다수 업체들은 개별소비세가 인하됐음에도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 카르티에, 반클리프 아펠 등 상당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코리아 측은 “본사 가격 정책에 대해 공개할 수 없고 가격 인하 계획 역시 없다”고 밝혔다.
주로 혼수 예물이 많은 이 브랜드들은 반지나 목걸이가 한 점에 수백만 원이다. 결혼반지로 인기인 카르티에 러브링 원다이아는 240만 원, 여성들이 선호하는 반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 목걸이는 320만 원으로 8월 말 개별소비세 인하 전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한 백화점의 명품관 담당 바이어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부분의 명품 보석 가격이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에르메스, 샤넬 등의 명품업체들은 이번 개별소비세 원상 복구로 가방이나 시계에서 받는 세금 혜택은 사라졌지만 함께 판매하고 있는 반지, 팔찌, 브로치 등 보석 상품에 대해서는 여전히 세금 혜택을 받고 있다. 개소세 정책이 품목별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업체들 역시 세금 혜택을 반영해 가격을 인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정부가 3일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없는 가방 시계 가구 등의 품목에 대한 세제 혜택을 취소하면서도 보석을 남겨둔 이유는 이 분야에서 가격 인하효과가 일부 있었다는 판단과 함께 금값 및 물가 인상에 따라 과세기준 금액을 높여달라는 국내 귀금속 업계의 요구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세 부과대상이 되는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주요 업체들이 정책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아 해외 업체들의 배만 불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명품 보석 제품은 금 시세 같은 원자재 값보다 디자인, 세공기술 등에 중점을 두고 고가 마케팅을 하는 시장”이라며 “가격이 오르면 올랐지 내려갈 일은 없다”고 말했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엉뚱한 업체들만 혜택을 챙겨가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개소세 부과범위를 축소해줬던 품목 중 일부는 원상 복구하고 일부는 남겨둔 희한한 형태의 이번 정책은 사치품 소비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근시안적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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