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 온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출근하는 입주민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도록 경비원들에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자발적인 인사”였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최초 제보한 입주민은 “일부 주민의 불평 때문이었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해당 아파트의 입주민 대표 송모 씨는 6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 “그런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송 대표는 “사진 속 인사하는 사람은 경비 아저씨가 아니며, 아파트와 지하철이 연결돼 있는 출입문을 통제해주는 보안 요원”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지하를 통해 부산의 한 지하철역과 연결되는 구조인데, 출근 시간대엔 매번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 수가 없어 1시간 동안 문을 열어두기 때문에 아파트 주민의 민원으로 보안팀 요원을 배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어 주민을 향한 인사 강요 의혹에 대해서는 “나이 드신 분에게 우리가 인사를 강요한 적이 전혀 없다”며 “단지 출입구 지하철로 연결된 출입구 출입문을 지켜달라고 부탁한 것뿐인데 그 보안요원이 그냥 알아서 그렇게 인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CCTV를 확인한 결과 보안요원 5명 중 그 사람만 ‘자발적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고 송 대표는 주장했다.
송 대표는 같은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의 출근길 인사에 대해 문제제기하자 ‘반대하는 주민의 서명을 받아오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한 아파트 주민이) ‘다른 사람들이 인사받는 것이 불편하다는 걸 서명을 받아 오면 되겠습니까’라고 해서 혼자만의 의견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면 그것도 좋다고 말한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실제로 그 주민은 총 103가구 중 49가구의 반대 서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비원 ‘직각인사’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는 아파트 주민 송모 씨는 같은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통화에서 “몇몇 주민분이 경비원들이 불친절하다, 왜 인사를 잘 안 하느냐는 컴플레인을 걸었다고 한다”고 말해 인사가 자발이 아닌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전혀 다른 주장을 했다.
그는 이어 “경비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다른 업체를 통해 용역계약하다 보니, 만약 아파트에서 업체와 계약을 안 하겠다고 하면 경비원분들은 바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그렇다 보니까 민원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경비원들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문제 제기를 한 이유에 대해 “예전부터 갑질논란에 대한 말이 많았지만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 눈 앞에 기사로 보던 상황이 펼쳐지니까 이건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구나라고 생각됐다”고 밝혔다.
나이 지긋한 경비원들이 90도 인사 할 때 어떤 느낌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되게 불편하다. 송구스러우니까 같이 인사는 하지만 출퇴근할 때 깜짝깜짝 놀란다”며 “그냥 목례 정도면 몰라도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예의를 갖춰서 인사하시면…조폭 보스에게 인사하듯이 하니 정말 죄송하고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인사 결정이 주민 전체 의견수렴으로 된 게 아니고, 몇몇 주민분의 컴플레인이 있다보니까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결정을 하다보니까 이렇게 됐다”며 “대다수 주민은 잘 몰랐고, 그래서 두달 동안 진행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 ○○ 아파트 갑(甲)질’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약 두 달 전부터 부산 00 아파트 지하 2층의 지하철 연결 통로에서 나이 많은 경비 할아버지들이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인사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비원들이 인사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몇몇 주민들이 ‘다른 아파트는 출근 시간에 경비원이 서서 인사하는데, 왜 우리 아파트 경비원들은 인사하지 않느냐’는 지속적인 항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글과 함께 게재된 2장의 사진에는 경비복을 입은 사람이 교복을 입은 학생 등 주민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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